『제발 좀 빨리 챙기고 내려와, 학교 늦겠다』
벌써 세번째 서두르는 어머니의 성화에 할수 없이 빌리는 서두르기는 하는데 다 준비가 안되어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안에서 신발을 신고 아침도 먹고…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일이 가끔있는 것이야 물론 당연하다. 빌리 어머니는 이렇게 하소연한다. 『저는 매일 이러고 삽니다. 나이 13세살에 왜 제시간에 다 준비못하나요?』 『숙제도 몇번이고 했느냐고 물어야 합니다』 『이제는 빌리 챙겨주는데 진저리가 났습니다』 빌리 어머니의 진심어린 고백이다.
빌리의 반응을 들어보자.
『우리엄마는 나를 늘 들들 볶아댑니다. 나좀 가만 내버려 두면 안될까요? 무엇에나 간섭이고 잔소리를 하루에도 수백번을 하니 제가 견딜수가 없습니다』.
어머니는 빌리가 혼자 척척 못하니 도와주다가 잔소리꾼이 됐다고 하고 빌리는 잔소리를 하니까 더 안하겠다고 야단이다. 부모와 자식사이에 늘 무슨 긴장이 서려있고 집분위기는 점점 험악해 가며 빌리공부는 반대로 더 못해가기 시작한다.
시간을 유용하게 못쓰는 것은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의 공통된 점이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기도 하다.
시간의 남용은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세가지가 조금씩 다르지만 또 비슷한데도 있다. 독자의 자녀들에게 혹시 이 세가지 증상이 있는지, 어느것이 가장 심한지 자세히 관찰해 주기 바란다.
■종류
1. 시간낭비
TV나 놀이를 해서 낭비하는것도 낭비지만 여기서는 딴일을 해서 낭비보다는 별로 하는일도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말한다 (속된말로 꾸물거린다고도 한다)
2. 제일 마지막까지 밀어두었다가 급해야만 해내는 경우 (Procrastination)
3. 게으름 부리는 경우 (Lazy)
■이유
1. 부모와 자녀사이의 심리적인 갈등(Power Struggle)
부모가 서두르라고 야단할수록 자녀는 더 늑장을 부린다. 자녀가 늑장을 부리거나 할일을 안해놓을수록 부모의 잔소리는 더 심해간다. 이것이 자꾸 계속되면 결국 부모는 화를 낸다. 자녀는 그 화내는 것을 보고 순간적인 승리의 쾌감도 맛볼수 있다(이것은 자녀가 자신도 모르게 잠재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지 일부러 계산해서 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2. 자녀의 부모에 대한 화풀이
보통 착한 성품을 가졌거나 가정교육이 잘 돼있는 집은 감히 자식이 부모에게 어찌 화풀이를 할수 있겠는가? 그러나 자녀도 사람이므로 부모에 대한 불만도 있을 수 있고 화도 날수 있다. 이 불만을 대화로 서로 이해하며 풀어야할텐데 그것이 잘안되면 자녀는 이런 방법으로 그 화를 풀어버리려고 한다 (이것도 잠재의식적인 것이지 고의로 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3. 부모의 사랑이나 관심이 필요한 증세
너무 부모가 바빠서 자녀와 넉넉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에 자녀들은 잔소리라도! 소리를 질러서라도! 부모의 관심을 살수 있으니 전혀 사랑을 못받는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자라나는 자녀에게 부모의 무관심이 그 얼마나 뼈아픈 일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명심해주기 바란다.
4. 갈등이나 문제를 회피하려는 성격
여기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세가지로 크게 나누어진다.
1) 해봤댔자 실패를 과거에 많이 했기에 가능한 그 패배를 염려하여 처음부터 안하려고 든다.
2) 공상에 많이 잠기는 자녀, 일의 해결이 힘든 경우에는 일을 해버리는 것보다는 즐거운 공상으로 아름다운 세계를 혼자 즐겨본다(가끔은 누구나 다 이런 경험을 하는데 여기서는 늘 습관적으로 하는 경우를 말함).
3) 만사에 완전성을 요구하는 성격 (Perfectionist)
근본적으로 자신이 없기에 그 불안을 만족시키느라고 만사를 완전무결하게 해놓느라고 많은 시간을 낭비한다.
5. 부모가 자식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경우
너무 어린나이때부터 무엇에나 남달리 잘하기를 원하여 많은 기대를 걸고 자식에게 압력을 가할 경우.
■부모의 역할
1. 자녀를 자세히 관찰하셔서 어느부분을 제일 잘하고 어느 부분을 제일 못하나 적어볼것
예를들어 「제일 잘하는것」: 저녁식사시간에는 제시간에 맞추어 잘내려온다.
「제일 못하는것」: 숙제는 늘 했느냐고 물어야 해놓는다.
우선 시간맞추어 하는일(저녁시간에 오는것) 에 많은 칭찬을 할 것. 다음엔 숙제를 했느냐 묻지 말고 시간표를 같이 앉아 짜볼것.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들어 7시부터라고 그러면 습관화 될때까지는 7시에 반드시 시작하여 또 몇시에 끝날시간을 정해 그때까지 끝나게 도와줄것.
2. 자녀와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한다
아무리 자녀가 기가막힌 소리를 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렇다고 다 동의하라는 말은 아니고 여기서는 부모의 태도를 말함이다.
3. 가능한한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반드시 두부모가 일을 나가 같이 있을 시간이 불가능한 경우에라도 그냥 자기네들이 할수있게 내버려 두지말고 시간표를 짜서 자기네들이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그 시간표에 따라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게 보살펴야 한다.
아무리 바쁘셔도 그 시간표나 자녀의 책임 등은 반드시 시간을 내서 보살펴 주어야 한다.
4. 그 가정전부가 체계있게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규칙적인 생활을 안하는 가정을 많이 봤다. 가정자체가 정리가 안돼있거나 생활의 체계가 안서 있으면 그 안에서 돌아가는 어린이는 체계적이고 시간을 유용하게 쓴다는 관념을 배우기가 무척 힘들다.
5. 마지막 순간까지 끌고 급해야 하는 성격을 돕는법 (Procrastination)
이런 버릇이 있는 어린이는 어려서 빨리 고쳐주어야 한다. 이 버릇이 그냥 커가면 앞으로 어른이 되어도 조금이라도 싫은 일이나 귀찮은 일, 어려운 일…등을 회피하고, 결국 책임회피 때문에 절대로 성공못한다.
대학전까지는 부모성화나 학교 야단에 곧잘 하던 학생들도 대학에 와서는 낙제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머리가 나쁜 학생이 아니고 숙제나 시험을 마지막까지 회피하려다가 결국 2~3일내에 학기말 공부를 하려는, 아무리 똑똑해도 할수가 없는 것이다.
절대로 마지막판 벼락치기로는 못해내는 것이 대학공부이다. 숙제가 있건 없건, 시간표에 의해 매일 조금씩 해 나가는 습관을 길러 주어야 한다.
■부모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일
1. 절대로 잔소리 하지 말 것 (Nagging)
만일 자녀가 안하면, 안해서 학교에서 야단을 맞거나 점수가 떨어져도 스스로 쓴약의 맛을 맛보도록 해야 한다.
2. 소리 지르지 말것
자녀와 서로 다투고 싸우는 일은 절대로 회피해야 한다. 심리적 전쟁을 한다는 것을 인식하셔야 한다.
■결론
시간을 유용하게 쓸수있음은 두뇌와는 별로 상관없이 주로 주위 환경에서 온다. 가정의 체계가 서고 그 환경이 좋게 습관화되어 있으면 자녀들도 저절로 그 본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나 가끔 아무리 그 바탕이 든든해도 시간 낭비가 심한 자녀들이 있다. 야단이나 벌을 주는 대신 서로 의논하여 시간표를 짜서 잘하는 일에 칭찬하는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
위에 시간 남용의 여러가지는 보통 집에서 돌보아 줄 수 있는 일이지만 유난히 시간남용이 심하거나 너무나 마지막까지 미루고 무엇이나 끌어대는 자녀로서 그 정도가 심한 경우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학교의 카운슬러를 찾아보기 바란다. 이럴수록 고치기가 쉽다는 것을 다시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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