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을 주인공으로 하는 개그집이 발간돼 화제가 되고 있다.
「YS는 못 말려」로 정치 지도자를 우스개 소리의 대상으로 삼았던 개그작가 장덕균씨의 「헬프 미(HELP ME) 추기경」(잎새 간)은 한국에서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김수환 추기경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김 추기경은 이 책에서 혼탁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성직자로 묘사되고 있으며 서강대 총장 박홍 신부, 박정희, 전두환 등 전 대통령들과 지존파, 성수대교 붕괴 등의 큰 사회적 사건들이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점심 초대를 받은 추기경이 의미심장하게「삼선짬뽕」을 권하는 대통령에게 『삼선짬뽕은 먹겠지만 삼선개헌은 절대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또 범죄가 만연한 세상에 혼자 잘 다니는 추기경의 신변 위험을 느낀 비서 신부가 사람들에게 너무 가까이 가지 말라고 권하자 추기경은『왜? 내가 사람들을 패기라도 할까 봐서 그래?』하고 반문한다.
저자는 추기경을 개그집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지존파, 온보현사건, 성수대교 참사, 육교 붕괴, 세무공무원 비리 등 우울한 사건 속에서 순수하기만 한 추기경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우리를 웃음으로 치료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는 생각할 수 없었던 정치 지도자에 대한 풍자를 다룬 개그집의 발간은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적 변화를 반증한다. 그것은 곧 억압적 성역이 완화됐음을 뜻하고 저자는 추기경을 주인공으로 한 개그집의 발간도 이런 맥락에서 보고 있다.
김 추기경 자신도「헬프미 추기경」을 읽고 자신이『비록 우습게 표현됐어도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니겠느냐』며 소탈하게 웃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추기경의 존재를 가벼운 웃음거리의 소재로 삼는 데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주위에서는『YS나 그 밖의 정치, 사회 지도자와 추기경의 존재는 다른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어떤 정치, 사회 상황에서도 정신적 지도자이자 영혼의 위로자로 남아야 할 추기경을 가벼운 웃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추기경은 지나친 권위주의나 성격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주의해야 하지만 정신적 지도자로서 추기경의 위치를 간과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주위의 작은 염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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