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들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단지 이론과 이상으로만 남은 부분도 많았고 역반응도 적지 않았다. 권력 남용에 항거하는 혁명의 와중에서 올바른 평형감각을 가지고 적당한 시점에서 마무리하기가 쉽지는 않다.
특권과 횡포의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혁명은 평등과 자유라는 이상들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 과격화함으로써 구체적으로 이 이상들을 실현하는 데 더 어렵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과 조화시키지 못하고 혁명의 이상들이 단순히 하나의 신화적인 가치로만 머무르게 하였다.
인간의 자리에 많은 부분 기계가 대체되면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기원을 이루게 하여 특권과 횡포의 새로운 체계를 열게 하여 다시 한 번 많은 사람들의 평등과 자유를 허황된 착각으로 이해하게 하였다.
이렇게 악화되는 상황에 개선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수단이 필요했을 때 새 체제의 추상적인 운동은 억압 당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모든 가능성을 제거해 버렸다. 산업혁명과 프랑스 혁명은 서로 합해지면서 개인주의와 무산주의의 비참함으로 몰고 갔다.
한편, 평등의 원리들을 극단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기적인 개인주의가 발달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모든 시민들의 평등과 자유를 보다 잘 옹호하기 위해 국가는 직업별 협회의 조직을 억압하였다. 개인의 이익과 모든 사람들의 일반적인 이익 이외에는 위와 같은 아무런 조직도 지속될 수 없도록 하였다.
개인 간에 자유롭게 체결한 노동계약은 합법적으로 존중되도록 하였다. 자유에 반하는 부당한 폭력은 국가에 개입하여 노동의 구체적인 조건을 확정하든지 필요한 강제 조항을 두어 재체결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추상적인 평등주의에 의해 전문 분야별 이익단체인 조합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은 방치되어 기업가들에서 예속되기에 이르렀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자본가들이 축재한 자본주의 사회적 기능을 축소하는 사유 재산의 보호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결과는 소수의 자본가에게 거대한 부가 축적되고 대중의 빈곤상태는 이전 시대보다 더욱 심하여 무산자들의 노예상태와 사회적 차별이 더욱 드러났다. 이 모든 것은 이후 단계적으로 발전되었지만 벌써 혁명에서 사회적 문제가 이미 싹 트고 있었다.
평등과 자유의 신화는 덜 가진 자들의 손해로 귀착되었을 뿐이다. 이 신화는 국가의 권위에 혼란을 주었고 1700년대에 활발해진 세속주의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의회에서 아무 소득없이 무제한으로 토론이 진행되고, 안정적인 다수 의석의 결핍으로 정부가 불안정하여 공동선을 추구하는 능력 있는 권위가 결핍되었다.
또 직위를 남용하는 다수의 이익집단이 소수의 기본적인 권리를 방해하는 등의 이기적인 의회주의가 탄생하였다. 자유를 수호하려는 목적으로 의회주의를 탄생시켰지만, 동시에 의회의 강력한 권위에의 욕망이 자유를 파괴하는 인가된 기관처럼 전락하여 독재 권력의 길을 열게 하였다. 교회가 구체제에서 점유했던 아주 특별한 위치에 대한 반작용으로 혹은 절대적 진리를 부정하는 전형적인 편협성으로 신앙과 사고의 자유는 많은 경우에 가톨릭 정신과 교회를 반대하는 공개적인 투쟁으로 변하였다.
프랑스 혁명의 결과는, 첫째 복음정신에 반하여 그리스도교적인 이름하에 많은 남용이 은폐되었다.
둘째는 인격의 품위에 대해 보다 적절히 이해한 전통적 가치가 생생하게 옹호되고 부각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가치들의 최후 기초가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인격 옹호의 측면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품위가 위협을 받았다.
그리스도교적인 정신과 화해할 수 있는 자유주의에서 그리스도교적인 바탕이 포기되었고 자연 질서는 초자연적인 질서와 결별하였다. 초자연적인 가치를 외면하는 현세적인 공동선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활동의 고유한 자주성은 교회로부터 그 정당성을 인정 받지 않고 사회에 대한 교회의 모든 영향력을 배제하는 세속주의로 변형되었다.
교회와의 관계에서 프랑스 혁명의 직접적인 결과는 과거에 교회가 이미 보유하였던 현세적인 능력과 부의 좋은 부분들을 놓쳐 버렸다. 이제 교회는 한 시대의 정치적 권력을 초라하게 빼앗아 버린 혁명으로부터 벗어났다.
세속적인 권력과 명예, 물질적인 부의 욕망으로부터 해방되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난한 교회의 모습이 교회를 구하는 길이라고 외칠 수 있는 녹슬지 않은 지성과 양심으로 가난하고 겸손하게 되려는 무한히 부유한 성직자가 오늘의 예언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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