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가14, 15~24 : 마태22, 1~14)
이 비유를 취급함에 있어서 제목 밑에 독서용으로 제시한 것처럼 루가의 기술내용과 마태오의 기술내용을 병행되는 내용의 비유로 보고 한 대목으로 묶어서 해설하고 있지만 마태오 기술에 있어서 너무나 비정상적인 점이 몇가지 있어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초대받은 자들 중 일부는 초청 거부의 표시로 왕의 심부름꾼들을 죽인다. 안 가면 그만이지 초청하러 온 사람들을 죽이기는 왜 죽여 그것이 사실이라면 잔치 주인인 왕이 화가 났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왕의 응답조치가 또한 비정상적이다. 그들을 응징하려고 군대를 출정시킨다.
공동번역에서는 「군대를 풀어서」라고 번역하여 모호하게 처리하였지만 원문 뜻은 파견 또는 출정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초대받은 사람들은 같은 도시의 유지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왜 출정시킨다는 표현을 썼는가. 또 초청받은 사람들의 신분은 초청 거부의 핑계로 밭으로 갔다 또는 장사하러 갔다 등의 부유한 농가 또는 상인들이다. 이 점은 루가의 비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왕이 보낸 사람들을 학대하고 잡아 죽였다면 그것을 응징하는 군대를 풀어 출정시켜야 했겠는가. 왕은 화를 못 이겨서 살인자들을 잡아 죽였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들의 도시를 불살라 버렸다.
정상적으로 생각하면 왕이 아들인 왕자의 혼인 잔치를 대대적으로 한다면 한 도시뿐 아니라 여러 도시 또는 여러 나라의 지도자들을 초청했을 법한데 이 비유에서 초청된 사람들은 한 도시의 부유한 농민이나 상인들이다. 그렇다면 그 도시는 왕이 사는 같은 도시이고 살인자들을 잡아 죽이고도 그 도시를 불살라 버렸다는 것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도시가 불타버려 다 없어졌는데도 왕은 아직도 혼인잔치가 준비되어 있다며 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대로 데려와서 잔치를 하도록 하라고 분부했다는 것도 이야기가 잘 이어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왕은 잔치에 불려온 손님들을 돌아다보고 그 중 예복을 갖추어 입지않은 사람들을 골라 내어 밖으로 쫓아버렸다. 『예복도 입지 않고 어떻게 들어 왔느냐』고 힐난한다.
거리에 나가서 아무나 만나는대로 데려오라 했지 않은가. 불려온 사람들이 그야말로 아무나인데 그들이 어떻게 왕의 잔치에 갈 예복을 차려입을 수 있었겠는가. 그들은 쫓겨나면서『오랄땐 언제고 가랄땐 언젠가』라고 중얼거렸을 것이다.
이 비유를 주의깊게 읽으면 이상과 같은 비정상성에 부딪치게 된다. 그러나 성서에서 비유의 말씀을 읽을 때에는 비유로 읽어야지 실제 상황과 빗대어 이치을 따져서는 안된다. 성서해석가들의 격언이 있다. 『비유는 다리를 전다』. 비유는 이야기의 논리적 전개가 목적이 아니고 한 사실에 빗대어 차원높은 것을 가르치려는 구원의 교리교육을 목적으로 한다.
구약성서에서 왕의 사절을 모욕하는 것은 왕을 모독하는 것과 같이 취급한다. 다윗왕은 자기 사신들을 모욕한 암몬의 왕 하눈을 복수했다. 하눈왕은 사신들을 붙잡아 수염을 절반씩 깎아 버리고 옷은 엉덩이가 드러나도록 잘라 도려내 수모를 주었던 것이다(사무하 10, 1~5).
성서해석가들은 비유의 왕이 멸망시킨 도시는 70년에 있은 예루살렘 괴멸의 예언을 바탕자료로 했다고 해석한다.
이제 이 비유를 다음과 같은 은유(隱喩)로 대치하여 생각하면 이 비유의 교육적 목적을 알수있다. 왕은 하느님을, 아들은 메시아 그리스도를, 혼인잔치는 하늘나라 잔치를, 살인자들은 박해자를, 살해된 사람들은 예언자 세례자 요한 예수 그리스도 사도들과 순교자들을 그리고 예복은 충실한 신앙생활을 비유한다.
이렇게 은유로 해석된 사실들을 비유내용에 대치시키면 분명히 하느님의 구원의 때에 있을 일들을 말하는 비유로 이해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