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있다 버리지 말고 이끌어가며 때 묻은 손길 씻어주는 민주 교도관, 깨닫고 바른 길에 한 번 들어서면 빛을 따르는 인간성, 교도의 정신」
매일 아침 교도소 담장을 넘어 울려퍼지는「교도관의 노래」가사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나라 교도소는 범죄의 온상으로 또 범죄학습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교도소가 한때의 실수로 죄를 지은 재소자들에게 새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교정과 교화의 역할을 담당해 온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격리, 수용의 기능만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교도소를 범죄에 대한 응징의 장소로 생각하고 있을 뿐 그들을 교화한다는 차원에서 별다른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많은 교정 관계자들도 교도소가 가두어서 벌 주는 장소란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려 한다. 지존파와 김경록 사건으로 이미 교도행정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지적은 우리나라 범죄자 재범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전과자가 죄를 짓고 다시 수감되는 비율인 재범률은 지난해 64.3%를 기록했다. 재범률이 38%를 넘지 않는 스웬덴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수감제도는 크게 잘못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정시설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소자에 비해 수용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40개의 수감시설에 약 6만여 명의 재소자들이 수용돼 있다.
3평 남짓한 감방에 최고 9명의 재소자들이 과밀 수용돼 여름이면 감방의 체감 온도가 40도를 웃도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시설에서 효과적인 교화교육을 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재소자들의 특성에 따른 분리 수용이 어려워 일반 단순 범죄자와 정신질환, 죄질이 나쁜 자들을 한 방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타인의 범죄 유형을 배우게 되는 더욱 죄질이 나쁜 쪽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도관의 문제에만 국한시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교도관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재소자들을 돌본다고 하더라도 죄질에 따른 분리 수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교정 교화에 필요한 정부 당국의 뒷받침이 없이는 절대로 해소될 수 없는 문제이다.
재소자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교도관, 범죄자를 가두어 지키는 정도로만 취급되는 교도관의 위상으로는 재범 방지를 위한 아무런 실효도 거둘 수 없게 돼 있다.
서울 지역 구치소의 한 교도관은『현행의 교도소 시설과 교도관의 인력으로서 재소자들에게 나가서 죄를 짓지 말라는 말 밖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그들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재범 방지 노력은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정 관계자들은 교정제도가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영향을 받은 데다가 동양권의「응보주의」적인 가치관 때문에 개방보다는 격리를, 교화보다는 징벌에 치중했기 때문으로 돌리고 있다.
교도소가 범죄자들을 격리해 먹이고 재우는 단순 기능에 머무르는 이상 전과자들이 범죄를 확대 재생산하는 우리 사회의 시한폭탄으로 잠재할 수밖에 없으며 그 부담과 피해는 결국 우리가 져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시정하긴 위해선 우선 재소자들에 대한 이 사회의 기본적인 인식이 변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지만 단지 한 순간의 실수로 죄를 저질러 일시적으로 격리됐다가 얼마 후 사회에 복귀해야 할 사람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언제든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최근에 풀어진 재소자 집필 허용은 이런 면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또한 교정 관계자들은 이에 머물지 말고 부부 접견과 자녀와 부모들을 위한 특별 면회제도 등도 적극 도입돼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부모가 수감된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지방에서 이틀을 걸려 면회를 신청했는데 단 3분의 면회 시간만 주고 마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1년간 수감을 하고 있는 것보다 부모의 사랑 섞인 한 마디 말이 더 적절한 교화책이 될 수 있기 대문이다. 무엇보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내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평등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똑같은 죄를 짓고서도 죄가 달라지고 대우가 달라지는 현실은 돈없는 사람들의 분개를 자아내게 하고 사회를 올바르게 보지 않으려는 편협된 시각을 더욱 키우게 마련이다.
강도상해죄로 수감돼 지난 8월에 3년 만에 출소한 김영호(38세)씨는『수감 중 돈이 없었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 그 어떤 경우보다 견디기 힘들었다』며 『돈만 있었다면 사설 변호사를 통해서 훨씬 빨리 출소했을 텐데 돈이 없었기 때문에 더 오래 갇혀 있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교도소에선 교도관과 시설의 문제로 출소해서는 사회의 편협된 시각으로 인해 희생되는 출소자들. 이들을 막기 위해서는 전과자를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와 체계적인 교화 프로그램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으로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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