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버스 정류소에 다다른 시각은 이스탄불이 노을에 노랗게 물들어 가던 오후였다. 일본인 친구 데오쯔와 숙소를 찾으려고 나섰지만 참으로 막막한 노릇이었다.
경찰이나 행인에게 물어도 영어를 못 알아들으니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다행히 어떤 친절한 터어키인이 유창한 영어 솜씨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는 자기의 삼촌이 하는 숙소가 값도 싸고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편리하다며 그리로 가보자고 했다.
그것은 생각보다도 아주 작은 그러나 깔끔하고 포근한 곳이라 마음에 들었다. 데오쯔와 나는 2층에 짐을 풀고 내려왔다. 주인 할머니는 어찌나 친절한지 무엇이든지「예스」에다가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나는 한층 더 안심이 되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8시가 넘었다. 나는 아침을 빵으로 때우고 톱카피 궁전으로 향했다. 이 궁전은 술탄과 그 여인들이 살았던 거주지로 15~20세기 초반에 강대한 권력을 휘두르며 대제국을 다스렸던 오스만 일족의 궁전이다.
궁 내부에는 각 나라에서 술탄에게 보냈던 보물 도자기 장신구 등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내가 여행해 보았던 나라들 중에서 이렇게 많은 여행객들이 들끓었던 곳도 드물었다. 사람에게 치여서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밖으로 밀려나올 정도였다.
그곳을 나오면 바로 옆에 성 소피아성당이 있다. 이 성당은 비잔틴제국의 최초의 건물이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성당이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회교도들이 이스탄불을 점령하였을 때 이 아름다움의 극치인 성당을 부수지 못하고 석회를 덧발라 지금은 회교도 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 건축물로 꼽힌다는 성 소피아가 이제는 너무 늙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성당 벽에 석회를 덧바른 회교 사원도 이제는 다시 무언가를 덧바를 때가 온 것 같다.
마음씨 좋은 주인 할머니는 빵을 먹을 때마다 목이 마르지 않게 차를 마셔야 한다며 차를 끓여 가지고 올라왔다.
그러면서 여기는 호스텔이 아니라 집이며 자기는 주인이 아니라 엄마니까 언제든지 차를 끓여 먹고 편하게 지내라고 배려를 해준다. 역시 아시아인이 더 정겨울 때가 있다.
터어키인들은 자신들을 유럽인이라고 자청을 하고 EU에 가입하려고 무던히도 애 쓰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유럽의 시작이 아니라 아시아의 마지막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다음날 찾아나선 블루 모스크는 8년을 거쳐 완성한 웅장한 회교 사원이다. 이슬람 성지인 메카의 사원과 맞먹는 규모인데 사람들이 메카의 사원과 같은 규모로는 지을 수 없다는 반대 때문에 기둥 하나를 줄여서 세웠다고 한다.
블루모스크의 원래 이름은 술탄아메트사원이다. 그러나 기둥과 돌벽을 명암이 다른 99가지의 진한 청색의 이즈키느 타일만으로 장식해서 블루모스크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이다.
그곳에서 술탄아메트 광장을 가로질러 얼마간을 죽 걷다 보면 이스탄블대학이 보인다. 그 근처에는 아라스타라는 시장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남대문 시장 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이스탄불대학 정문에서 그 주위를 빙 둘러서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느즈막히 숙소로 돌아와 보니 같은 방의 미국인 여행자「돈」이 일기를 쓰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사람들은 내가 지나갈 때마다 일본을 외친다』고 하소연을 하자 그 미국 친구가『그럼 나는 몽골리안입니다 해버려』하며 웃는다. 여행을 하며 얻는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라면 전혀 모르는 남인데도 여행자라는 이유 때문에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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