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이 복음 선교의 황금어장임을 부인하는 사목자들이나 평신도들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군사목의 현장에선「황금어장」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방치돼 있는 것이 오늘날 한국 군사목의 현실이다.
관할 군종사제가 없기에 보장받지 못하는 종교활동, 지휘관의 종교 성향에 따라 흔들리는 거취문제, 뿌리 깊은 계급사회의 타성으로 능동성을 잃어버린 신앙관 등으로 의존성이 높은 해바라기적 삶을 꾸려가는 군인신자들은 그들의 한계를 좌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신앙의 전력화(戰力化)」란 미명 아래 신앙생활이 군사력의 도구로 전락되고 있는 시점에서 확립되지 않은 직업군인 신자들의 신앙관은 미래 군사목의 기틀을 제공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본보는「군인, 아직도 응석받이인가」를 주제로 군의 특수성으로 인해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성사생활의 기회 속에서 고구분투(孤軍奮鬪)하고 있는 일선 군장병들의 목소리를 통해 군복음화의 향후 전망을 진단해 본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군 복음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군 세계야말로 넓고 할 일은 많은 곳』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그러나 군사목 일선에서 뛰고 있는 군종사제나 당사자인 군인신자들은 한결같이『할 일은 많지만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다.
『추수할 것이 많으나 일꾼이 없다』는 성서 말씀이 군사회에 맞아 떨어진다고 말하는 군종사제들은 군신자들의 능동적 신앙생활을 강조한다.
군사목은 계급과 제도에 의해 운영 유지되는 군사회의 특수성 때문에 지휘관의 방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과 한국의 모든 젊은이들이 거쳐 가는 군대에서 군인신자 관리 및 장병들에게 가톨릭 신앙 전파의 선교역할을 담당한다는 이중적 측면에서 제 나름대로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하여 왔다.
따라서 지휘관격인 본당 신부의 활동 영역과 역량에 따라 군신자들의 신앙적 열성은 많은 경우에서 좌지우지 되었다.
생활규범이 수직적 하강구도 속에 결정되는 군사회 속에서 신앙생활의 자율성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히 사목자에 대한 의존성이 큰 병영내의 종교활동은 군인신자들을 응석받이로 남겨두었다.
『군인사목에 있어 군종신부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는 한 군종신부의 말이 반영하듯 효율적인 군사목을 위해서 절대수의 군종사제 확보가 시급하다.
64명의 군종사제가 전군(全軍)에 퍼져있는 8만여 명의 군인신자를 사목하기란 한마디로 역부족일 수 밖에 없다.
94년부터 군종신부 10명을 증원한다는 주교회의의 결정도 목마른 군인신자들의 신앙적 갈증을 해소해 줄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듯하다.
『계급사회란 특수한 조직을 가진 군 안에서 성직자가 할 수 있는 사목방법은 오직 맨투맨식 선교방법뿐』이라는 칠성본당 이성구 신부는『선교의 황금어장이란 장미빛 희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선 우선 본당이 신자 스스로 꾸려나가는 자율적인 분위기로 쇄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일마다 4백km, 한달 평균 4천km를 군신자들을 찾아 달려나서고 있는 군종신부들의 이 같은 바램은 군사목에 있어서의 평신도 사도직 활동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가를 반영해준다.
또한 현재 육군에서는「사단급」 이상에 한명씩, 공군은「단급」이상, 해군은「함대급」이상에만 한 명씩 배정돼 있는 군종사제의 수급현황으로 볼때 직업군인 신자들의 솔선수범이 요청되고 있다.
군사목에 있어서 재정적 자립은 군복음화 사업에 있어 절대적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조직된 군종후원회의 지원을 제외한다면 군종본당의 재정 상태는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신자이든 신자가 아니든 군인이면 누구나가 주일을 기다린다. 성사적 은혜를 받기 위해 주일을 기다리는가 하면, 한 주간 쌓였던 긴장감을 종교적 위안으로 풀기위해 주일을 고대하고 따뜻한 한 잔의 커피와 한 조각 빵으로 인간적인 정을 나누고자 주일을 기다린다. 영적, 물적 선물꾸러미를 안고 오는 본당 신부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목마름을 충족시켜주기 위해선 각 부대 소속 본당의 재정 자립이 우선돼야 한다.
이는 군사목 당사자인 군인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대한 의지와 군 복음화의 열의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영외 출입이 자유로운 간부급 군인신자들은 군인성당에 나오기보다 신자가 많고 규모가 큰 인근지역 민간성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밝힌 한 군종사목자는『간부들의 의식 없는 행동이 텅빈 성당을 찾는 신자사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털어났다.
아직 군종교구 신자라는 소속감이 주입되지 않았다는 단편적인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군본당의 자립은 소속 군신자들의 손으로 일궈내야 하는 몫이요 과제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군사목에 애정을 가진 이들의 한결같은 요구이다.
즉 군종제도 하에서 신앙적 기틀 마련의 최고 걸림돌인 간부신자들의 소극적 본당 참여라는 자성의 소리가 반영될 때 군본당은 거듭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군인신자 스스로가 군종사목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그릇된 선입관을 버려야만 군선교에 대한 모든 신자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한 군종교구 홍보국장 이찬일 신부는『「내 본당은 내가 가꾼다」는 군인신자들의 진취적인 의식전환이 군종사목의 미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종교구 탄생 3주년을 보내며 응석받이에서 건장한 남아(男兒)로 거듭나려는 군신자들의 자구적 노력을 통해 군이 명실상부한 복음선교의 황금어장임을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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