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을 모시고 평생을 사셨던 사도 요한의 중심 활동지역인 그리스지방은 동방교회의 모체가 되었다. 그로 인해 오늘날 동방교회에서는 서방교회와는 비할 수 없이 성모님을 찬양하고 공경한다.
동방교회에서는 성모를 모든 성인들 중에서 가장 복되신 분이시고 평생 동정이시며 하느님의 피조물 중에서 가장 찬양을 받으시며 케루빔보다 더 영예를 받으며 세라핌보다 더 높으시고 영광스러운 분으로 공경한다.
따라서 동방의 모든 전례에서는 성모 마리아가 수없이 반복되며 언급되는데 특히 동방교회의 성모께 대한 세 가지 주요 호칭이 주로 불려진다.
즉, 그것은「천주의 모친」(431년 에페소 공의회에서 공인됨)「평생 동정녀」(553년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공인됨)「온전히 거룩하신 분」(교리적 결정은 아니나 동방의 전체 그리스도 신자들에게 널리 수용되고 상용되고 있음)이다.
그리고 동방교회에서는 성모의 무염시태를 부인하지는 않으나 서방교회와 같은 교의화는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선언은 성모님을 구약의 다른 의인들과 완전히 다른 부류에 속하는 분처럼 볼 수 있게 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모의 무염시태는 안나의 태중에 잉태될 그 시각으로 한정하지 않고 이미 그녀는 원조의 범죄 때부터 새로운 하와로 준비되어 왔고 그것이 신약의 시대에 가시화 되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교회의「성모 몽소 승천」을 동방에서는「성모 안식」이라는 이름으로 동일하게 8월15일에 기념하고 있고 9월8일의 성모성탄축일도 동일하게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성모승천축일 역시 교리로 선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성모께서 임종하신 후 하늘로 들어올려져 영광을 받으신 것은 무염시태와 마찬가지로 교회의 내적전승에 속하기 때문인 것이며, 또한 성모님에 대한 것은 사도들의 공적 가르침의 주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동방교회에서는 성모께 대한 지극한 공경을 보이지만 서방교회와 같은 공적인 교의 선포는 없는 것이다.
동방교회의 성모 이콘은 몇 가지 기본 유형이 있고,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여러 가지 변형이 이루어졌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들을 들면「보호의 성모」, 「표상의 성모」, 「길의 인도자이신 성모」, 「자비의 성모」, 「롤가의 성모」, 「티츠빈의 성모」, 「몬의 성모」, 「카잔의 성모」, 「코트순」, 「수난의 성모」, 「승리의 성모」등을 들수 있다. 이러한 12가지 유형 중 본고에서는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우리에게 이미 친숙해져 있는 몇 가지를 선정 소개하고자 한다.
호테게트리아
이 이콘은 성모님과 예수님이 곧은 자세로 정면을 향하고 계시고 예수님이 한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또 한 손은 강복을 주시는 자세로 그려진다.
아기 예수의 오른손 엄지와 무명지는 축복을 내리시는 권위를 상징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희랍어 약자를 형상화하고 있다(오늘날도 동방교회의 성직자들은 이처럼 엄지와 무명지로 십자표를 그으며 강복을 준다). 그리고 왼손에 들고 계시는 두루마리는 말씀을 의미하고 있다.
예수님 옆의 IC, XC는 희랍어「예수 그리스도」의 약자이다. 또한 성모의 상단 좌우에는「천주의 모친」의 희랍어 약자가 쓰여져 있다.
예수는 이 이콘에서 더 이상 젖먹이가 아니며, 영원한 하느님으로서 비록 어림에도 불구하고 지혜로 가득 차 있고, 그의 옷은 영광으로 가득 찼으며 금실(金絲)로 짜여져 있다. 그리고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성모님도 똑바로, 몸을 곧게 하고 있고 위엄이 있으며 아들을 향한 친밀감의 표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모님의 오른손이 가슴위로 올려진 모습으로 기도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것은 또한 수여(증여)의 자세이기도 하다. 즉 천주의 모친께서는 그녀에 의해 이 세상에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계신다. 또 그러한 모습은「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 5)는 성서 구절을 상기시킨다.
이 이콘의 기원은 성 루가에 의해 최초로 그려졌다고 하는 비잔틴 전승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에 따르면 복되신 천주의 모친께서 이 초상화를 보시고「이 그림과 함께 언제나 나의 축복이 있으리라」고 하셨다 한다. 루가는 이 성화를 안티오크의, 그가 가장 존경하던 테오필로에게 자신의 복음서 사본과 함께 보냈다고 한다. 그 후 5세기 중엽 이 성화는 에우도키아 황후에 의해 조심스럽게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다. 이는 그녀의 시어머니 폴케티아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이 호데게트리아 이콘은 이콘형식의 한 전형으로 받아들여져 이 원본을 본따서 여러 가지의 이콘들이 그려지게 되었는데 그 이콘들은 각 지방의 전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스몰렌스카야
스몰렌스크의 성모 이콘은 호데게트리아의 비잔틴 이콘에서와 같이 격식을 갖춘 자세로 오른팔에 똑바로 그리고 높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그리고 성모의 좌우 상단 모퉁이에 대천사들이 그려지는데 이는 미카엘(오른쪽)과 가브리엘(왼쪽)대천사이다.
스몰렌스크의 호데게트리아(축일 7월28일)는 성 블라디미르의 부인인 Anne가 그리이스에서 러시아로 가져 왔다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같은 이름의 비잔틴 공주가 1046년에 Tohe-rnigov의 Vevolod와 결혼하여 가져 왔다고도 한다. 블라디미르 모나키라는 작가에 의하면 1101년에 스몰렌스크(Smolensk)의 주교좌 성당에 이 이콘이 있었다고 한다.
스몰렌스크의 성모 마리아 이콘은 비잔틴의 호데게트리아의 고전적 타입과 가장 밀접하게 닮았다. 천주의 모친과 아기 임마누엘의 위엄있는 자세는 똑같다. 우리를 주목하는 장엄한 자세도 같다. 그리고 섬세한 천주의 모친의 머리 부분과 우아하고 품위 있는 목 부분 등은 3개의 별(하나는 이마 위에 그리고 두 개는 양 어깨 위에 - 때로는 별이 두 개인 경우도 있음)로 장식된 베일로 씌워져 있다. 여기서 3개의 별은 영원한 동정성의 상징이다. 즉 예수를 낳기 전에도, 낳는 동안에도, 낳은 후에도 동정임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별들은 거의 모든 이콘에 그려진다.
자비의 성모
어머니로서의 마리아가 아기를 다정하게 감싸 안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이런 유형을 9세기 혹은 10세기에 비잔틴에서 처음으로 생겨났다. 아기예수가 성모님의 얼굴 가까이 몸을 대고 포옹하고 있는 것과 성모님이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에서 깊은 애정이 나타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이다.
블라디미르의 성모
이 이콘의 특징적인 묘사는 성모와 아기 예수의 자세이다. 오른쪽 팔에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는 아기를 향해서 다정하게 머리를 숙이고 있고 한편 아기 예수도 자신의 볼을 어머니의 볼에 맞대며 어머니의 목을 오른손으로 감고 무엇인가를 구하는 듯, 속삭이는 듯이 보인다. 즉 이 이콘은 어머니와 아기가 내면적으로 깊이 하나로 얽힌 것이 여느 다른 성모화보다도 월등하게 표현되어 있다. 성모의 눈은 아기 예수의 인간성으로서가 아니라 신의 말씀인 성자의 신성에로 향하여 있다. 성모의 겉옷(마포리온)의 두개옷(마포리온)의 두개의 별은 앞서 호데게트리아 유형에서의 세개의 별과 달리 즉 머리의 별은 영지(英智ㆍ上智)를, 한쪽 어깨의 별은 마음의 열정을 표현한다.
이「우아한 사랑을 의미하는 자비의 성모」 유형에 속하는 성모상은 역대기(歷代記)에 의하면 처음에는 예루살렘에 있다가 콘스탄티노플로 옮겨졌고 12세기에 이르러 러시아 키에프 교외의 한 수녀원에 옮겨졌다가 서기 1155년에 성모 자신의 발현을 통해 블라디미르의 거리로 옮겨져 모셨다. 그 후 1395년에 안드레이 보고리스키공에 의해서 모스크바로 옮겨져 타타르인과의 싸움에서 일종의 군기(軍旗)역할을 하여 러시아인들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국난에서 이 성모님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으므로 러시아에서는 일년에 3회 즉 5월21일, 6월23일, 8월26일에 블라디미르의 성모를 기념하며 러시아의 수호자로 모시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보고 이 이콘은 11~12세기경에 비잔틴에서 그려졌고, 16세기에 일부가 수정되었으며 최근에는 제대로 보존이 되지 않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복원작업이 행해져 12세기 본래의 것은 성모님과 예수님의 얼굴 및 옷의 일부분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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