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전교생활은 시작부터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반대에 부딛혔고 예수께서는 그들의 잘못된 생활 태도와 마음가짐을 지탄하고 마음을 고쳐먹을 것을 재촉하여 마지 않았다. 그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의 상징이 되었고 빛과 맞서 싸우는 어두움의 세력의 상징이기도 하였다.
예수께서「겸손하라, 사랑하라, 용서하라, 사람을 가리지 말고 한결같이 잘 대하라」등 좋은 말씀을 하셨는데 그들은 왜 반대했을까. 그들은 왜 예수를 죽일 죄인으로 단죄하였는가. 이 해답은 동시에 예수께서 왜 그들을 호되게 힐책하였는가 하는 질문의 답도 된다.
예수의 전교생활 초장부터 바리사이파들은 예수와 부딛혔다. 그들이 예수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꼬투리들은 다섯 가지였다. ①죄를 사한다 해서 ②죄인들과 어울린다 해서 ③새 사상을 퍼뜨린다 해서 ④안식일을 안 지킨다 해서 ⑤안식일에 병을 고친다 해서(대목 50~54까지 참조).
한 마디로 율법의 계율을 지키지 않는 사람으로 예수를 몰고 갔지만 그것은 겉으로 나타난 사건들을 핑계 삼는 데 불과했고 실은 그들 자신이 예수가 메시아가 아닐까 적어도 귀찮은 예언자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 알고 있듯이 그들의 메시아관은 세속적인 통치자, 모든 나라를 다스릴 유다의 왕을 갈망하고 있었다.
진작 예수 자신은 당신을 메시아라고 한 적이 없고 하느님이 보내신 분이라고 말씀하셨고 직접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하지 않고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불렀다. 이 모든 호칭은 율법에 저촉되지 않는 호칭들이다.
「하느님의 아들」을 자처하는 신성모독죄는 그들이 재판정에서 예수께 뒤집어 씌운 죄목일 뿐「네가 하느님의 아들이냐」고 물었을 때 예수께서는「장차 사람의 아들이… 볼 것이다」라고 대답하였다.
일상생활에서 율법 준수문제로 예수께서 폐기하신 것은 율법의 인위적인 규정들이었지 율법 자체의 한 획 한 점도 폐지하지 않고 오히려 완성하러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바리사이파들이 예수를 가장 혐오한 것은 하느님 나라에는 유대인들뿐 아니라 모든 나라 백성이 들어간다는 설교였다. 하느님의 선민으로 자처하던 그들에게 이 말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들의 이와 같은 세속적인 메시아관은 자신들의 종교생활을 외부적이고 형식적이고 심지어는 세속화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예수께서 그들을 위선자라고 힐책했듯이(대목 298~303 참조) 권위의식에 젖어 있었고, 존경과 명예에 탐욕스럽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마음의 종교, 사랑의 종교를 설파하면서 바리사이파들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종교관을 타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의 종국적인 멸망을 원하지는 않으셨다. 그들도 구원되기 위해서는 빛을 따라 걸어야 헤매지 않는다는 뻔한 진리를 깨닫고 마음을 돌리면 된다.『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를 믿는 사람은 어둠 속에서 살지 않는다』라고 간곡히 말씀하셨다. 그러니 빛을 따르는 사람은 예수의 말씀을 믿을 것이며 그 말씀을 믿는 사람은 그분을 보내신 하느님을 믿고 믿음으로써 하느님을 알아보게 된다.
그러나 비록 끝내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예수 자신이 그들을 심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자기 스스로 그 이치의 판단을 받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그들이 예수를 반대하고 그 말씀을 거부한다 해도 그 말씀의 이치는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그런데 예수의 말씀은 그의 말이 아니고 그를 보내신 아버지 하느님의 말씀이다. 그 말씀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이니 살려고 한다면 그 말을 믿어야 할 것이다.
이 전교활동을 마감하는 말씀은 요한복음서 첫 머리의 말과 일치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셨는데 그 말씀은 생명을 주는 말씀이며 어두움을 비춰주는 말씀이다. 그 빛이 이 세상에 와서 모든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그분을 받아들이고 믿는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얻는다(요한 1, 5~12).
<가톨릭대 교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