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은 각 분야에 있어서 구 체제(舊體制)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구조를 와해시켰고 1600년대부터 시도하였던 새로운 사회의 기초를 놓았다. 극소수가 누리던 특권은 국민 모두가 함께 나누는 평등으로 대체되고 군주의 절대적 의지나 권위의 자리를 민중의 주권과 자유가 차지하였다.

이미 지적한 대로 모든 가치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 자체에 명암이 공존하기 마련이다. 프랑스 혁명의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여러 분야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모든 가치의 근원처럼 평가되고 있는 평등과 자유에 대해서 우선 살펴보기로 하자. 이 평등과 자유의 인권 선언은 1789년 8월 26일 장엄하게 선포되어 인류 역사에서 불멸의 가치로 인정되고 있다.

『사람은 출생과 생존에 있어서 자유이며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사회적 차별은 공공 복리에 의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다』(1조) 『모든 시민에게 자기들의 덕이나 재능 외에 아무런 구별없이 자기들의 능력에 따라 모든 요직ㆍ관직ㆍ공직을 평등하게 허용할 수 있다』(6조) 『공공 경비를 위해서는 공공의 과세가 불가하나, 모든 시민에 대하여 그 능력에 따라 배분되어야 한다』(13조)는 등, 여러 차례 평등의 원칙을 되풀이하여 강조하였다.

평등의 원칙은 광범위하게 적용되었다. 각 가정에서는 장자 상속권이 폐지되었고 국가 살림을 위한 공납금에 대한 특정인의 면세나 경제적 특권이 철폐되었다. 실제로는 여러 분야에 있어서 이론에 불과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오랫동안 노동자들이나 장인들의 손해와 희생을 바탕으로 하여 부동한 거부들이 축재하는 기회가 되었고, 또 공공요금 분담 방법이 불의하게 실행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형법에 있어서도 사회적 차별이 종식되었다. 더 이상 혁명 세력으로부터 기득권을 인정 받지 못한 귀족은 그들이 누렸던 경제, 사회적인 모든 특권을 포기한 채 살아야 했다. 징병제도에 있어서 부자들은 제비 뽑기나 돈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는 방법으로 면제 받기도 하였다.

행정적인 영역에서도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 전국에 획일적인 명령을 하달하여 준수하게 하는 중앙집권적인 근대국가가 출현하였다. 지역마다 다양한 법을 적용했던 지역 간의 차이를 없애고 순전히 행정적인 필요에 따라 지역의 경계선을 인위적으로 변경하였다. 지역에 따라 자치적으로 운영하였던 자치적인 옛 법정을 철폐하고 중앙정부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게 하였다. 이후 나폴레옹에 의해 중앙집권적이고 획일적인 국가 통치 형태가 완수되었다.

평등과 더불어 인권 선언의 기본 정신인 자유는『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권한』(4조)으로 다른 사람의 동등한 자유를 존중하는 제한적인 성격을 띠었다. 이 원칙은「모든 주권의 원천은 본질적으로 국민에 있다」라는 선언처럼 왕의 신적 권리에 재민주권이 대체되는 정치에 적용되었다.

여기서 모든 권한의 원천이었던 왕은 더 이상「하느님의 뜻」으로가 아니라「국민의 뜻」에 따라 행해야 하며, 이제 더 이상 군신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의무와 권리를 행사하게 되었다. 혁명과 더불어 이제 왕은 아주 제한적인 권한을 지니고 단순히 국민들의 일치의 상징으로만 그 의미가 축소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각료들이 의회에서 책임을 지고 신임을 얻는 의회제도에 전환되었다.

시민생활에 있어서『누구든지 법에 정해진 경우 외에는, 또 법이 정한 형식에 의하지 않고는 고소, 체포, 구금될 수 없다』(7조)는 선언에 따라 모든 시민은 법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또「시민 각자는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집필하고 출판할 수 있다」(10ㆍ11조)는 선언에 따라 언론의 자유가 제창되어 언론의 출판의 예비 검열도 폐지되었다. 이 같은 자유는 종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옛날의 특권과 독점이 사라지고 개인의 기업과 상업의 자유가 시행되였다. 중세시대에는 경쟁이 제한되고 노동자들의 필요에 부응한 유익한 조직이었지만, 이미 회원이었던 자들의 자녀들만이 가입할 수 있게 되어 지주 계급의 옹호 기구로 변형됨으로써 폐쇄집단으로 축소된 중세적인 집단들이 법으로 억압을 받게 되였다.

이러한 법으로 기업의 자유와 실질적인 평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하여 전문인들의 모든 협회들을 금지하였다.

이러한 변화가 있은 후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프랑스 혁명의 정신과 방법을 자기 나라에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관념적인 이념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의 객관적인 필요가 새로운 시대가 요구한 사고방식의 바램에 대한 응답이었다.

1789년에 선언한 원칙들은 현대의 모든 분야의 기준처럼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러한 원칙의 실현이 부분적이었을 지라도 이 이상은 항상 현대 세계가 나아가야 할 목표로 남아있고, 프랑스 혁명의 정신인 1789년 8월 26일의 장엄한 선언은 인류가 지향하는 세계로 나아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출생 신분과 직급에 따른 다양한 성직록제도와 함께 성직자 사이의 차별이 없어지고, 봉건 질서의 기득권을 포기한 가난한 교회는 민중과 더욱 일치하는 새로운 교회의 모습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