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호에서 오리게네스의 저서들이 엄청나게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교부 문헌 전집인 밍네의 희랍교부 제11~17권에 오리게네스의 저서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 문집의 한 권은 요즘 4백쪽 정도의 책으로 약 40권이 된다고 생각할 때 오리게네스의 저서들이 얼마나 방대한 지를 짐작할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수많은 저서들이 유실되었다. 그의 저서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이 귀한 글이며 후대 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지면상 몇 가지 중요한 저서들을 골라 소개하고자 한다.
성서 주석 작품
「구약성서 본문비판서-헥사쁠라」(Hexapla):오리게네스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이 방대한 역작은 구약성서에 대한 최초의 본문 비판서이다. 그는 여섯(hexa) 개의 사본들 즉 ①히브리어 원본, ②히브리어 원본의 발음에 대한 희랍어 표기, ③아퀼라의 희랍어 역본, ④심마쿠스의 희랍어 역본, ⑤70인 역본(Septuaginta), ⑥테오도시우스의 희랍어 개역본을 함께 수열한 70인 역본에는 첨가된 부분을 ÷로 표시하고, 누락된 부분을 *로 표시하였다. 엄청난 노력과 인내가 필요했던 이 작품은 성서 연구를 위한 최초의 체계적인 성서본문 비판본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 외에도 오리게네스는 신약, 구약성서에 대한 수많은 주석을 남겼는데, 「스꼴리아」, 「호밀리아」, 「꼼멘따리아」등 세 가지 형식으로 되어있다. 「스꼴리아」(Scholia)는 성서중에 어려운 귀절들을 발췌하여 설명한 것으로 그는 출애 급기, 레위기, 시편 1~15편, 집회서, 요한복음, 민수기 등에 나오는 몇몇 구절들을 특별히 주석하였다. 「호밀리아」(Homilia) 형식은, 오리게네스가 거의 매 수요일과 금요일의 전례모임에서 성서를 토대로 신자들의 신심과 영성을 위해 강론한 내용을 말한다. 이에 속하는 강론들은 여기에 목록을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신약, 구약성서에 두루 결처 방대한 양이 전해져오고 있다. 셋째 형식인 「꼼멘따리아」(Commentarium)는 학문적인 성서주석을 말하는데, 철학과 역사적인 설명을 가미하여 성서의 신비적이고 우의(寓意)적인 뜻을 밝히려 하였다. 이에 속하는 작품으로서는 「마태오 복음 주석」, 「요한 복음 주석」, 「로마서 주석」, 「아가 주석」등이 있다.
호교론적 작품
오리게네스의 가장 유명한 호교작품은 8권으로 되어 있는 「첼수스 반박」(Contra Celsum)인데, 이 작품은 이교 철학자 첼수스가 178년에 그리스도교를 체계적으로 비난하기 위해 쓴 「진언」(眞言)이란 책을 반박한 저서이다. 오리게네스가 60세가 넘은 말년에 차분한 어조로 박해의 부당성과 그리스도교의 우월성을 피력한 이 저서는 이전의 호교론자들의 글들보다 내용면에서 월등히 뛰어날 뿐만 아니라, 이교사상과 그리스도교 사상 사이의 투쟁을 잘 볼 수 있어 종교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교의신학 작품
「원리론」(De principiis) : 이 저서는 오리게네스의 최고의 걸작품이며, 가장 오래된 신학 교과서라 할 수 있다. 4권으로 되어 있는데, 하느님(제1권:신론), 세상(제2권:우주론과 종말론), 자유의지(제3권:인간학), 그리고 계시(제4권:성서학) 등 그리스도교의 기본 교리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모든 진리의 원천과 근원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 후계자들인 사도들의 가르침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성서와 성전(聖傳)이 바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주는 교회의 가르침의 원천이며 우리 신앙의 규범이 되는 것이다. 이 저서는 오리게네스의 독창적인 신학사상들을 폭넓게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오리게네스의 신학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가장 귀한 글로 여겨졌지만, 한편 이 저서 안에는 영혼의 선재사상과 종말론에 관해 몇 가지 문제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에 후대에 「오리게네스 논쟁」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실천윤리 작품
「기도론」(De oratione):33권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는 기도에 관한 최초의 체계적인 작품으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영성신학에 관한 많은 자료를 제공해 준다. 제1부(서론~17장)에서는 기도에 대한 일반적인 가르침을 서술하며, 제2부(18~31장)에서는 「주의 기도문」에 대해 해설하고, 부록(32~33장)에서는 기도의 자세, 장소, 종류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오리게네스가 얼마나 깊은 영성과 개인적인 신심을 갖고 있었으며,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하는 사람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기도는 하느님과 대화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으며, 마귀의 유혹과 그밖에 자기 자신의 본능적 욕구를 억제하기 위해 유익하며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하느님은 우리가 노력하는 만큼 우리에게 사랑과 은총을 주시지만 은총은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순교에 대한 권고」(Exhortatio ad martyrium):50장으로 되어 있는 이 저서에서, 부친을 따라 항상 순교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오리게네스는 박해의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굳센 믿음으로 주님을 증거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상면하며 영생의 기쁨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하면서 신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순교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를 지는 길이며, 하느님은 이 지상의 것을 버리고 희생한 우리들에게 응분의 상급을 주실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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