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사회를 이루는 세포로서의 가정, 평신도들은 가정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기도하고 있는가?
3백20만 한국 교회를 이루는 근간이 평신도이고 평신도 대부분은 교회의 작은 모습인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작은 교회가 모여 이뤄진 이 사회는 좀처럼 성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죽음의 문화로 점차 물들어가고 있다.
그만큼 평신도들이 평신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신도 가정은 가정대로 교회의 모습을 제대로 구현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은 작은 교회이자 사회이며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전제할 때 가정이 없다면 교회도 사회도 있을 수 없을 것이며 가정생활이 잘 되고 못됨에 따라 교회와 사회 또한 잘 되고 못될 것이다.
따라서 교회는 새 복음화, 사랑의 문화, 본당의 가정화를 위해 먼저 가정이 가정 본연의 모습으로 변화돼야 한다는 점을 누누히 강조해왔다.
그러나 우리 가정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정의 주된 관심사가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는 것과 입신출세를 위한 지나친 교육열에 모두 쏠려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가정 공동체의 위기를 넘어 가정 부재의 시대에 우리 모두는 살고 있는 셈이며 교회를 이루는 평신도들도 예외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 가정들은 가족들의 이기주의와 물질주의, 이혼, 인공피임, 불임수술, 낙태, 가정 내 폭력 등으로 갈수록 생명경시풍조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낙태와 이혼을 별다른 죄의식 없이 행한 신자들이 많다는 최근의 동계는 신자들도 비신자들과 별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음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으로 충격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극도의 이기주의와 폐쇄주의 속에 살아가는 평신도 가정이 견지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 일선 사목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정교회를 이루는 평신도들의 삶을 다음과 같이 요청하고 있다.
◆가정기도-함께 기도하는 가정 18%뿐
미사에 참례하고 주일을 지키는 것과 더불어 가정과 사회에서 신앙인다운 표양으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평신도의 중요한 사명이다.
이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평신도들은 자신의 가정에서부터 사랑과 생명의 터전으로서 가정을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부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 간의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간다면 부부 간의 모든 책임과 의무를 기쁜 마음으로 수행해 나갈 것이고 자녀들도 자신들이 지닌 모든 것을 부모를 통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사목자들은 먼저 평신도들이 기도하는 습관부터 길러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도 속에서 온 가족 간의 사랑이 깊어질 수 있고 기도를 통해 가족에게 닥쳐올 수도 있는 그 어떤 어려움도 능히 극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쁜 세상을 살다보니 기도할 시간이 부족하고 더욱이 온 가족이 모여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란 좀처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하느님과 일치하는 가운데 가정생활의 전체를 봉헌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생활이 기도가 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진다면 평신도 가정으로서의 기초는 놓여지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전국 평협의 한 임원은『가정기도 없이 주일미사와 단체에서만 활동을 할 때와 가정기도를 가족들과 함께 매일 봉헌할 때는 신앙의 맛이 달라지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며 가정기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만큼 가정기도는 가족 간의 사랑과 신앙을 깊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은총으로 작용하게 되고 사랑을 키워주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조사된 설문에 따르면 가정기도를 함께 바치는 가정은 전체 조사 대상 중 18%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 대부분의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기도하지 않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앞서 91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족기도를 잘 하고 있다가 5.4%, 어느 정도 한다가 17.3%로 나타나 실제로 가정기도를 하는 가정은 극히 낮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곧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가정교회」라는 의식이 평신도들 사이에 결여됐기 때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생명 수호-최일선 조직체이자 실천자
가정은 생명의 터전으로서 자녀를 낳고 키우며 보호하고 교육시키는 중요한 사명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사랑은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가정을 통해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게 교육하고 실천돼야 한다.
존엄한 생명을 수호하고 지키는 것 역시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하기 때문에 가정에서는 인간이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천부적 존재라는 사실을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가정생활의 모범과 증거로써 세상의 죄악을 지적하며 진리를 찾고 있는 사람들을 비추어 주는 것이 부부의 고유 성소요 평신도 사도직의 요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정교회는 본성상 선교와 복음 전파 사업을 하느님 백성의 기본적인 직무로 여겨야 할 것이고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은 선교사업 활동에서 자신들의 몫을 떠맡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정교회는 가정 사도직 중 예언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존엄성과 생명권 수호운동을 위한 최일선의 조직이자 실천자로 나서야 한다.
연간 1백50여만 명의 생명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 보지도 못하고 낙태되고 있는 현실은 평신도들의 역할이 얼마나 무거운지 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인 평신도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겠지만 이러한 생명의 존엄성을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재발견하게 하는 책무 또한 막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은 교회로서의 가정에서부터 먼저 이러한 생명의 존엄성을 길러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자녀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교육이 이뤄짐으로서 현재의 죽음문화를 생명의 문화, 사랑의 문화로 변화시켜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가정은 자기 자신과 이웃 사랑,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 사랑의 표현으로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이 사랑은 모든 평신도들이 절제와 희생을 통해서만이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이 먼저 절제와 희생의 정신을 갖추고 이 일에 동참할 때 창조질서 보전의 조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열린 가정-나눔과 섬김의 삶이 참 신앙
그리스도께 속해 있는 모든 평신도들은 봉사적인 왕직에 참여하도록 요청 받고 있다.
「평신도들은 무엇보다도 자기 안에서 죄의 지배를 극복하려는 영적인 투쟁 안에서 자신의 왕직을 수행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바쳐 정의와 사랑으로서 특별히 보잘 것 없는 형제자매들 안에 계시는 예수님을 섬기는 것이 바로 왕직이다」(평신도 그리스도인 14항)
평신도들은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을 위해 열려 있는 마음을 갖출 때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을 발휘할 수 있다.
이기주의와 물질주의는 극도의 폐쇄적인 가정을 양산하게 되기에 이르렀고 결국 가정은 자신들의 문제에만 매달려 남을 돌아볼 여유를 상실하고 말았다. 불행하게도 스스로 작은 교회라고 하는 평신도 가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과 가족에게만 쏠려있는 관심을 이웃을 향해 조금만 돌린다면 이 사회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평신도들은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많은 평신도 중에는 그리스도를 받들 듯 진정한 마음으로 이웃에게 다가서서 그들의 아픔에 동참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부모로부터 버림 당해 오갈 데 없는 어린이를 입양해 가정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 자녀를 키울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궁핍으로 파산 직전의 어린이를 데려다 부모의 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키워주는 일 등은 참 신앙을 사는 평신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서울 전농동본당의 신중석(44ㆍ임마누엘)씨와 김경희(40ㆍ체칠리아)씨 부부는 2년 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승환이(4세)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 일종의 시한부 부모 역을 대신하고 있는 이들 부부는 승환이 친부모의 가정 형편이 나아질 때까지 승환이를 돌볼 계획이다.
또한 가족이 주말마다 복지시설을 방문해 함께 봉사의 기쁨을 나누는 일도 신앙을 생활로써 증거해야 할 평신도의 사명일 것이다.
부모도 모르고 진정한 이웃의 사랑도 모르는 이 사회에서 사랑을 자녀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자녀들과 함께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찾아 사랑을 전함으로써 그 자녀들은 사랑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그 사랑을 실천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정의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문제요, 교회의 문제다. 교회 복음화의 토대가 될 가정이 건전해야 교회가 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교회는 가정에 봉사해야 하고 가정은 교회의 세포로서 스스로 건강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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