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예수께서는 당신을 믿게 하시려고 수많은 기적들을 보여주셨다. 이 기적들은 요한의 용어대로 사람들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징표였다. 이 많은 행적들을 기록한 복음서의 부분을「징표의 장」이라고 부르며 오늘의 대목은 이 징표의 장을 마감하는 결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이 끝나면「수난의 장」「영광의 장」으로 장을 옮기게 된다.
요한복음서 초두에『그분이 자기 땅에 오셨지만 백성은 그분을 맞아주지 않았다』라고 시작하였는데 당신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그 많은 징표를 보고도 끝내 믿지 않았다. 여기서 예수를 믿지 않고 거부한 사람들은 바리사이파를 가리킨다.
예수께 대한 그들의 불신이 잘못된 것은 예수라는 인간을 믿지 않은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이 기대고 있던 성서의 말씀을 믿지 않은 데 있다. 이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요한복음서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주여 우리가 전한 말을 누가 믿었으며 주께서 보여주신 능력을 주가 깨달았습니까?』(이사 53, 1: 로마 10, 16). 이사야에 대한 불신의 태도가 예수에 대한 불신의 태도로 똑같이 이전되었는데 요한은 자기 복음서에서 그들이 왜 믿지 않았는가 하는 이유를 역시 이사야 예언서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유대인들이 예수를 믿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초창기의 사도 교회가 상당히 신경을 쓴 흔적이 로마서 9장에서 11장까지 나타나 있다. 사도 바오로를 위시하여 복음을 전하는 사도들은 동족인 유다인들이 예수를 믿지 않고 거부한 데 대해서 몹시나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구약성서의 예언서에서 찾았다.
요한 복음서는 이사야 예언서를 또 다시 인용한다.
『주께서 그들의 눈을 멀게 하시고 그들의 마음을 둔하게 하셨으니, 이는 그들이 눈을 가지고도 알아보지 못하고 마음으로도 깨닫지 못하여 끝내 나에게로 돌아오지 못하고 나한테 온전히 고쳐지지 못하게 하시려는 것이다』.
여기서 그들이 예수를 믿지 않은 것은 하느님이 그들의 눈을 가리고 마음을 둔하게 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읽혀진다. 이것은 신명기 29장 2~4절에서 모세가 배은망덕한 자기 백성을 책망하면서 그 백성이 에집트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주께서 많은 기적을 징표로 보여 주었지만 주께서 그를 깨닫는 마음을 주시지 않았고 보는 눈과 듣는 귀를 주시지 않았다고 한 대목과 같다.
이 제목은 사실은 하느님이 그 백성에게 알아들을 만한 징표를 보이셨으나 그들은 깨닫지도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다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하느님이 그들을 깨닫지 못하게, 듣지 못하게, 보지 못하게 하였다는 표현은 모든 일이 하느님의 손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구약적인 표현이다. 요한이 이것을 그대로 인용한 것은 당시 박해 중에 있던 교회 밖에서 교회를 반대하는 자들을 구약시대의 배은하는 백성에 빗대어 생각했기 때문이다. (로마 11, 8 참조)
같은 인용이 마태오 13장 13~15절(대목 84 참조)에 나오는데 여기서는『하느님이…했는데도 그들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고…』라고 인용되어 있다. (사도 28, 26~27 참조). 그들은 결국 자기 조상 아브라함이 본 그리스도의 영광을 (요한 8, 56) 보지 못하였고 이사야는 위에 인용된 예언을 하면서 예수의 영광을 미리 내다보고 있었다고 요한은 강조한다.
요한은 예수를 전적으로 불신하는 바리사이파 또는 요한 사도 시대의 박해자들을 개탄할 뿐 아니라 믿고는 싶지만 유다 공동체에서의 파문을 두려워 공적으로 믿지 않는 절반 신앙인도 개탄한다. 그들은 하느님 나라의 영광보다는 인간적인 영광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복음서에서 언급하는 예수를 따르던 지도급 인사로는 니꼬데모(요한 3, 1 : 7, 50), 아리마태아의 요셉(마르 15, 43). 어떤 젊은 이(루까 18, 18)가 산헤드린의회 의원이었고 사도행전은 수많은 재관들이 신앙에 귀의하였다. (6, 7)고 전하지만 바리사이파들은 이들이 예수를 믿는 줄은 몰랐으며 요한이 개탄하는 사람들이 이들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으로 예수의 많은 기적의 징표에도 불구하고 바리사이파들을 끝내 회개시키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부활하신 후의「영광의 장」끝에서 기적의 효과가 만방에 나타나게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요한 22, 30~31). 이 영광은 오로지 믿는 사람만이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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