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공부를 어떻게 하면 됩니까?』
성서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를 모르는 신자들은 큰 맘 먹고 잠자리에 들기 전 두툼한 성서를 손에 들지만 작심삼일이 되기 십상이다.
수천 년의 시간적 차이와 낯선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심오한 진리를 담은 성서를 올바르게 읽고 이해하며 실천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안내와 지도, 묵상과 체험 나누기를 통한 성서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현재 교회 안에 정착된 다양한 형태의 성서 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혼자서 하기 힘든 성서 공부에 매우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시간적 여유 부족 등 성서 모임에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일 지라도 자신에게 맞는 성서 공부 모임에 함께 하는 것은 보다 성숙한 신앙인이 되는 데 필요한 일일 것이다.
72년「가톨릭 성서 모임」을 시작으로 성서 공부 모임은 현재 10여 개 이상의 다양한 형태로 정착돼 있다.
성서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은 우선 자기가 속한 본당 안에 어떤 성서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파악, 본당 수녀나 봉사자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적절한 모임을 택해야 한다. 만약 본당에 성서 모임이 없는 경우 통신교육이나 교구 프로그램, 기타 단체나 수도회에서 개설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나아가 자발적으로 자기 본당 안에서 성서 모임을 새로 조직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현재 각 본당에 폭넓게 자리 잡은 프로그램으로는 어버이 성서모임, 청년 성서모임, 여정, 성서 40주간, 성서 1백 주간 등이 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녀회에서 대학생을 중심으로 시작, 성인 대상의「어버이 성서모임」과「청년 성서모임」으로 나눠진 가톨릭성서모임은 평신도들이 가장 쉽게 성서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성서 40주간과 1백 주간은 말 그대로 40주 또는 1백주 동안 구약과 신약 전체를 완독하는 데 일차적인 목적을 둔다. 일생동안 성서를 한 번이라도 읽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생각할 때 착실하게 매일 정해진 분량의 성서를 읽는 것은 성서를 가까이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까리타스수녀회에서 주관, 6년동안 짜임새 있고 깊이 있게 성서 연구를 할 수 있는「여정」은 구약 4권, 신약 6권의 교재로 강의와 그룹별 문제풀이, 묵상, 생활실천 등으로 진행된다.
직장이나 다른 이유로 인해 모임에 매주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는 통신교육을 이용할 수 있다. 가톨릭교리신학원 병설「시청각 통신성서 교육부」는 입문(2년)과 성서학적 본문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중급(4년)의 6년 과정과 바울로 영성사상 과정(1년)으로 운영된다. 성서 연구의 기초에서 상당히 학문적 수준까지 포괄한다.
신약을 중심으로 성서의 저술 배경 등 성서학적 내용을 심도 있게 공부하는「성서 못자리」는「못자리 연구회」라는 사제 모임을 중심으로 2년 반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주로 명동성당에서 갖는 모임에서 2시간 중 1시간 30분의 강의와 30분의 나눔으로 이어진다.
바오로교육관 성서 모임의 경우 다른 성서 모임과는 달리 강의식으로 이뤄지며 학구적인 면과 영성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다.
한편 각 교구에서도 기존 성서모임을 교구 차원에서 권고하거나 모임 또는 연주 등의 독자적인 성서 공부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성서모임이 있어 필요에 따라 참가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서를 항상 생활 속에서 가까이 하고 꾸준하게 성서를 읽는 자세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아울러 성서 본문을 읽는 것과 병행해 생활성서, 성서와 함께, 야곱의 우물 등 성서 관련 잡지를 꼼꼼하게 읽는 것도 성서를 바르게 아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성서주간에 만난 사람 - 젊은이 성서모임 지도 홍인식 신부
“젊은이 신앙 성숙은 활동보다 복음 통해”「주일복음 나눔운동」가정의 활력소 한 해 1천7백 명 수료… 9년째 지도
성서주간 설정 10주년을 맞는 한국 천주교회에는 성서 공부가 운동처럼 확산 발전되어왔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성서 공부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0주년을 맞는 성서주일에 만난 서울대교구 젊은이 성서모임 담당 홍인식 신부는『교회가 성서의 생활화를 위해 10년 전에 마련한 성서주간이 과연 신자들에게 성서를 가까이 하게 하는 데 일조했는지 반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성서주간 담화문과 포스터를 내는 것만으로 교회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젊은이들과 함께 성서 공부를 근 9년째 하고 있는 홍 신부는『젊은이 성서모임 뿐 아니라 한국 교회에는 성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있다』고 진단하면서『이러한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신자들이 올바른 성서 공부를 하도록 교회 언론이 공헌한 바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최근 홍인식 신부는 2년 전부터「주일복음 나눔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온 가족이 주일미사에 참례하기 전에 그 주일의 복음과 독서를 먼저 읽고 묵상할 수 있는 자료집을 매주 1천 명 이상에게 우편으로 배달해주고 있다. 이 운동은 특히 가정의 해를 맞아 가정에 하느님의 말씀이 살아있게 하는 데 활력소가 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청년사목 전담 신부이기도 한 홍 신부는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의 원칙으로 성서 공부를 선택했다. 홍 신부는『젊은이들이 성서 공부를 통해 삶 전체에서 변모된 모습을 보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면서『성서공부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두꺼운 껍질을 깨고 상대방을 환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밝혔다.
현재 1년에 1천7백 명 정도가 젊은이 성서 모임을 수료하고 있다는 홍 신부는 성서주간을 맞아 성서축제를 비롯한 갖가지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젊은이 성서모임을 지도해온 게 올해로 9년째인 홍 신부는 그동안 1백40회 정도의 성서 연수를 지도해왔고 그를 거쳐간 젊은이만도 족히 1만 명은 넘을 것이다.
홍인식 신부는『본당에서 보좌 신부들이 적어도 자신과 함께 일하고 있는 젊은이들과 소그룹으로 성서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면서 『사제가 신자들과 직접 성서 공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것 만큼 좋은 표양이 없을 것』이라고 성서 공부 확산을 촉구했다.
현재 교구 내 청년사목이 활동 위주로 흐르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홍인식 신부.
액션보다는 복음으로 그들을 무장시키는 것이 우선적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홍 신부는 성서주간을 맞아 더욱 젊은이들에게 성서 공부를 확산시키기 위해 사목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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