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매년 성서주간을 설정해 하느님의 말씀인 성서가 신앙생활에서 갖는 중요성을 일깨우고 신앙인들의 삶 속에서 구체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생활성서, 성서와 함께, 야곱의 우물 등 현재 교회에서 발간되고 있는 성서잡지들은 각자 개성 있는 내용을 통해 신자들이 생활 속에서 성서를 쉽게 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성서주간을 맞아 성서잡지의 제작을 진두에서 지휘하는 각 잡지사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참가자 - 송향숙 수녀(「생활성서」편집부장) 이용결씨(「성서와 함께」편집부장) 홍순흥 수녀(「야곱의 우물」편집부장) 사회:박영호 기자
사회=현재 교회 안에서 발행되는 성서잡지들은 각각 뚜렷한 특색을 갖고 있습니다. 각 잡지의 발행 목적과 이념, 내용이나 편집 면에서의 특색은 무엇인지요.
홍=한국 교회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흔히 이중적인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중적인 삶을 통합해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성서를 생활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삶이 성서에 바탕을 두도록 하는 것이「야곱의 우물」이 지향하는 목적입니다. 특히 교회 생활에서 다소 멀어져 있는 사람들이 쉽고 재미있게 성서와 영적 삶을 맛 들이도록 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송=「생활성서」는 광주대교구가 한국 천주교회 2백 주년 기념사업으로 기획한 것을 저희 수녀원에 위탁 1983년에 창간됐습니다.
저희는「현대인의 감수성」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복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현대인이기에 현대인이 알아듣고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기쁜 소식」을 풀이할 수 있기를 항상 바랍니다. 또한 지적 만족으로 끝나지 않고 삶과 연결되는 성서 공부가 될 수 있도록「생활」을 다양한 측면에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이=「성서와 함께」는 73년에 시작됐는데 72년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생겨난 가톨릭 성서모임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당시 성서연구 자료가 미약한 상태에서 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고 84년 혁신 창간 후 지금까지 학술적 연구자료 제시라는 일관된 성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장기적인 차원에서 교회 일치와 대화의 장 마련에도 뜻을 둠으로써 많은 지면에 개신교 필진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사회=신자들이 신앙생활에서 성서를 가까이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이=성서 공부는 수도회 등에서 주관하고 평신도들이 이에 호응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사실 교구와 본당 체계로 운영되기 때문에 교구와 사목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신자들의 성서 공부에 효과적입니다. 예비자 교리나 주일학교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성서를 읽고 배우는 습관을 들이게 해야 합니다. 또 성찬의 전례뿐만이 아니라 말씀의 전례에도 큰 비중을 둠으로써 성서가 우리 신앙생활의 지침이 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송=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들은 교회 전통보다도 성서에만 의미를 두고「오직 성서」(Sola Scriptura)로 치달았고 가톨릭교회는 이에 반해 교의 중심으로 나갔지요. 교의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교리교육 때 교리 자체만을 너무 강조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교리교육이 성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예비자 때부터 성서에 맛 들이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홍=성서를 가까이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서가 어렵고 딱딱한 책이라는 선입견부터 버려야 합니다. 사실 성서는 열심히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는 책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될 수 있으면 쉽게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둡니다. 성서 공부를 지도하고 알려줄 수 있는 평신도 지도자 양성에도 주력해야 합니다.
사회=성서잡지를 발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홍=무엇보다도 필진이 제한돼 있습니다. 성서학을 전공한 분은 주로 성직자나 수도자인 경우가 많은데 너무들 바쁘셔서 정성껏 원고를 써주시지 못합니다. 필진 자체가 수적으로 제한돼 있는 것은 물론이고요. 필진이 평신도에게로 확산돼야 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이=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나마 글을 써주는 성직자들도 글 쓰는 것은 신학교 교육이나 사목활동에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합니다. 물론 어려우신 상황들을 이해는 하지만 때로는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저희는 잡지 특성상 개신교 필진을 활용하지만 아직 거부감을 갖고 계신 독자들이 많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회=운영이나 부수 면에서는 어떻습니까? 정확한 판매 부수는 비밀인가요?(웃음)
송=본당「보급」활동을 나설 때는 장사가 아니라「파견」된다는 마음으로 나갑니다. 대부분 잘 해주지만 때로는「왜 왔느냐」,「오지 말라」는 본당도 있고 다 끝나고 잠시 쉬고 있으면「왜 안가느냐」며 호통을 치고 박대(?)하는 본당도 종종 있어요. 그럴 때면 수도원으로 돌아와서 며칠을 두고 마음 아파하기도 합니다.
홍=독자들의 경우「팔러 왔으니까 사 준다」고 생각하지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기 때문에 읽는다는 인식이 부족해요. 어떤 본당 신부님께서는 『전례시간에는 거룩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는 법』이라면서「보급」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해 주시지 않는데 그런 경우 저희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신자분들은 관심도 두지 않거든요.
이=사실 어떤 면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성전 건립보다도 성서 말씀을 통한 영혼의 성전을 건립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매체나 문화사업과 같은 정신적인 분야에도 관심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사회=성서잡지는 앞으로도 신자들이 성서를 영혼의 양식으로 받아들이도록 중요한 몫을 맡아야 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잡지를 이끌어나갈 계획이신지요?
송=구체적인 편집 방향까지는 언급할 수 없지만 우선 12주년을 향해 가면서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두 지파, 12사도 등 12라는 숫자는 성서 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생활성서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향해 함께 가는 동반자로서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성서와 함께는 우선 지금까지 견지해온 학술적 깊이를 유지하면서 성서운동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령, 계층별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성서 연구자료를 영상, 컴퓨터 등 첨단매체와 어떻게 접합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있으며 출판시장 개방을 염두에 두고 우리 고유의 창작물과 독자적인 성서 공부 프로그램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홍=저희는 교회활동을 많이 하는 분들은 물론 그렇지 못한 분들도 쉽고 재미 있게 성서에 맛 들이도록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외국 작품 번역을 지양하고 한국 필진 활용에 노력하는 한편 성직자나 저명한 학자뿐만 아니라 숨어있는 유능한 필진을 발굴하는 데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영위하며 성서를 삶 안에서 구체화하는 보통 사람들의 신앙 체험을 많이 다룰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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