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거슬러 지은 죄는 용서받을 수 없다는 준엄한 말씀을 하신다음 (대목 186회 참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장차 당하게될 박해속에서 이 유혹을 물리치고 진리의 말씀으로 항변하는 지혜와 용기를 성령이 주실 것이라는 약속을 하신다.
성령 모독죄는 예수께서 전하는 하느님의 진리를 외면하는 죄를 말한다. 진리는 권력과 폭력 앞에서 자칫 꺾이기 쉽다. 제자들은 곧 스승 예수의 비참한 세속적 패배를 목격할 것이며, 그들 자신도 박해를 받으며 같은 운명에 처해질 것이다. 그런데 예수께서 전하신 하느님의 진리가 세상에 퍼지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좌절해서는 안된다. 『너희는 회당이나 관가에 혹은 권력자들 앞에 끌려갈 것이지만 무슨 말을 해서 어떻게 항변할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 성령께서 그 때에 가서 너희안에서 대신 말씀하실 것이다. 그 성령은 너의 아버지의 성령이시다』. 이 말씀은 예수의 수난이 임박했을 때 또 다시 확신을 주는 말씀으로 되풀이 된다 (루가21, 14~15).
제자들은 이제 예수께 대한 믿음으로 무장돼있다. 그러나 보잘것 없는 출신신분과 배운것 없는 구변으로 어마어마한 권력자들 앞에 나타난다는 것은 인간적으로는 아무래도 힘에 버거운 일이다.
박해를 받으며 체형을 받는 등 몸으로 때우는 일은 믿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정이나 회당에서 진리를 변론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제자들은 이런 일을 당하면 당활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대변자는 성령이시다. 성령께서는 필요한 말만 하고 필요없는 말은 쓸데없이 늘어 놓지 않는다.
예수께서 법정에 끌려가 빌라도 총독앞에서 심문을 받을 때 빌라도는 예수께 『진리가 무엇이냐』 (요한 18, 38) 고 묻고는 대답도 듣지 않고 나가 버렸다. 국가권력이라 하더라도 그 앞에서 진리를 말해야 할 때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제자들은 이러한 스승의 태도와 확신을 주는 말씀에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었다.
예수께서 『오직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오셨고』 (요한18, 37) 제자들도 그 진리를 후세에 전할 막중한 임무를 띠었다. 이 일은 본래 하느님의 일이다. 그러니 그들을 도우실 분은 하느님 아버지의 성령이며 성령께서는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실 것이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도바오로는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의 발이 얼마나 귀한가』 (로마10, 15) 라고 외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계를 뛰어 다녔다.
제자들은 하느님 아버지의 섭리속에 보장 받았으며 하느님 아들의 절대적인 신의를 얻었으며 성령의 친밀한 도움을 받고 있다. 무엇이 무서우랴. 그들은 귀로 들은 것을 지붕 위에 올라가 외칠 것이다 (마태10, 27).
이 대목은 제자들이 예수의 제자이기 때문에 명심해야 할 사명감을 가장 뚜렷히 부각시켜 주는 교훈이다. 그들이 예수와 같은 운명을 받아야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와 동시에 예수께로부터 받은 복음을 만방에 전할 임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마르 13, 10).
예수의 제자됨은 예수와 같이 박해를 받고 목숨을 바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본 목적이요, 박해는 이에 따른 한 결과이다. 그러니 제자들은 뱀처럼 슬기로와야 하고 비둘기처럼 양순해야 한다. 그들이 들어 가는 곳은 이리가 득실거리는 그러한 곳이기 때문이다 (마태10, 16).
양들이 이리떼 속을 들어 갈 수밖에 없다면 죽으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을 순치시키려 그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하고 경계해야 할 사항이 있다. 먼저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라 (마태 7, 15) 고 하셨다.
그들은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왜 조심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세속나라를 주장하며 그와 반대되는 제자들의 교설에 적개심을 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 부딛쳐야 할 것은 세속적인 이론뿐이 아니다. 그들은 실제로 법정에 서야 하고 로마총독앞에 서야 할 것이다. 이 권력자들은 태형을 가할 수 있고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왜 이렇게 박해를 받아야 하는가. 제자들은 진리를 주장하고 사람들에게 따르도록 하기 때문이다. 중세기말기의 철학자 곧 프르와 드 풍땐느라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바 있다. 『진리는 깨닫기에 쉽고 말하기에 모험스럽다』고. 그래도 제자들은 진리를 말해야 한다. 성령이 도와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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