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친한 친구가 있는데 취미나 성격도 비슷하고 손재주까지 비슷해서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 했어요. 그런데 우리를 친하게 했던 요소들이 오히려 우리의 우정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나보다 그 애가 잘 하는 것이 꼴 보기 싫고, 열등감이 느껴지고 또 내가 잘 하는 것이 있어도 전혀 자랑스럽지 못하고 매사를 그 친구와 비교하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편이었고 나 스스로도 나는 꽤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런 치사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요?
【답】
우선 학생 자신의 솔직한 감정표현에 찬사를 보냅니다. 우리가 흔히들 잘못 판단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평가할 때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나」라는 존재는 하느님 안에서 고유한 인격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역사상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똑같은 인간은 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만약 인간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되는 존재라면 나면서부터 불구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누구의 책임이겠습니까? 사람은 다른 사람과 비교되는 존재가 아니고 단지 살아가는 몫이 다를 뿐입니다. 귀하가 열등감을 느끼는 것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나는 바로 「나」이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바로 「나」 다움으로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는 마치 소나무는 소나무다울때, 가시나무는 가시나무다울때 가장 아름다운 것과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만 드러내려하고 단점을 보이기 싫어합니다. 물론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나 자신의 장점만 드러내다 보면 자신의 단점은 은폐되어 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망각하게 됩니다. 이렇게 성장하게 될때 자칫 겸손보다는 교만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장점도 단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때 오히려 그 단점을 통해서 보다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될 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해지는 것입니다.
성서의 이러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은 의인 아흔아홉보다 죄인 한 사람의 회개를 기뻐하신다』라는 말씀 말입니다. 이 말씀을 묵상할때마다 아흔아홉까지의 장점 보다 한가지의 단점이 더욱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흔아홉까지의 나의 장점은 자칫 나를 교만하게 하지만 한가지의 단점은 나를 보다 겸손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다 성숙한 인간을 원한다면 우선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일이며 특히 자신의 부족함을 통해 성숙되어 갈때 보다 겸손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까지 감싸줄 수 있는 너그러움도 지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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