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새 인간상의 창조다. 그 새 인간상은 현실적으로 있음직한 인간상으로 작가의 심혼에서 우러난다. 그래서 작가의 분신 (分身) 이라고들 한다.
그 분신은 우리에게 정감의 폭을 넓히면서 구원의 손길이 되어주기도 하고, 삶의 진의 (眞義)를 모색해 주기도 하고, 인간이 가진 숨은 뜻을 보여주기도 하고 예술적 심미감을 펼쳐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즈음 소설계의 침체에 관한 소리가 높아지자 작가들은 문학을 한갓 손끝 재주인 양 표현이나 구성의 형식적 묘에 생각을 돌리려 한다.
한데 이규정씨의 이번의 여섯번째 소설집 「첫째와 꼴찌」는 그러한 일들의 부질없음을 말해준다.
작가 이규정씨는 20년이 채 되지 않는 사이 문제작들을 왕성하게 발표했다. 그게 그가 긴 습작기간을 가져 소설창작의 정석 (定石)을 정확하게 다진 나머지의 탄탄한 힘의 소산으로 여겨왔다. 그러면서 그 힘을 소재와 주제쪽보다 표현기교의 묘와 구성에의 재주 쪽인 양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번의 「첫째와 꼴찌」에서 그는 이제까지 숨겨온 새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그가 「작가의 말」에서 「신앙은 생활 자체」라하고 「소설은 생활의 반영이다」고 소신을 밝힌 사실이다. 얼마나 명쾌하고도 합당한 말인가?
그러나 아무리 명쾌 합당한 말이라도 종교지가 아닌 문예지 모두 (冒頭) 에 이렇게 명백하게 내세운 것은 종교가 몸으로 배여들어 종교와 삶과 문학이 하나로 융화된 증좌 (證左) 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분신인 새 인간상들은 가톨릭교인으로서 하느님 가까이서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제 혼자가 아닌 이웃들에 빛과 보람을 보이며 지상낙토에의 꿈을 희구하는 그 희구에 차있다.
「첫째와 꼴찌」에서 보는 양덕륜회장이나 「하늘에 떠 있는 얼굴」의 남상복 선생, 「어둠의 옷 벗고」의 로사, 「그분의 선물」의 남성준, 「살바도르」의 최스테파노와 희경, 모두가 생활과 사건을 달리한다. 그러나 그 생활의 핵 (核) 은 하느님에 귀일되고 있다.
이규정씨는 하느님에 귀일하는 새 인간상 창조에 크게 성공했다. 여느 설교보다 긴 여운이 감동으로 울려든다. 종교문학, 그 가운데서도 가톨릭문학의 지평확대를 위해, 그리고 가톨릭 자체를 위해 보람된 일이 아닐수없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