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아직도 응석받이인가 상에서 군사목의 독립성과 체계적 교구 운영을 위해서는 군인신자 각자가 소속감을 가지고 본당 운영에 적극 동참해야 함을 진단해보았다. 이어 하편을 통해 명령과 복종의 질서가 자리하는 계급집단 속에서 문화적 충격을 이겨내고 종교적 신앙과 건전한 윤리관으로 재무장, 교회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능동적인 인간 재창출을 위해 군사목이 배려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전망 해본다.
만 20세가 된 대한민국 남자 중 정신박약자와 신체불구자가 아닌 건전한 사상과 신체를 갖춘 젊은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에 따라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다.
군은 긍정적 차원에서 젊음의 터전이며 하나의 집단사회로서 인격을 수련하는 도장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군입대하는 젊은이들은 약 20여 년 동안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각기 자라온 터라 군생활 동안 다양한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가정 교육 종교 생활 관습 등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그들은 군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문화적 충격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제까지 살아온 사회속의 가치관과 군의 가치관이 서로 다른데서 오는 괴리감과 정신적 갈등은 지금껏 지켜왔던 생활습성을 포기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군생활의 여러 국면에 적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대다수의 군인들은 스스로 자신을 체념하고 피동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렇게 불안과 초조속에서 엄격한 규율과 훈련 등으로 항상 긴장해야 하는 군인들에게「정신적, 심리적 해방」을 안겨주는 것은 군종사목의 당면과제라 하겠다.
『군 입대와 동시에 주어지는 계급사회 속에서 특수한 공동생활 양식을 요구받기에 신병들이 쉽게 자기 처지를 비관하고 만다』는 육군 칠성대 이성구 신부는 『명령과 복종의 질서속에서 무시돼야 하는 개인의 인격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 군사목에 있어 무엇보다도 요구되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신부는 『입대한 젊은이들이 마지못해 끌려들어온 군대로 기억하지 않고 궁극적인 평화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교회는 항상 장병들의 정신적 안식처로 자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령과 복종의 질서 속에서 다양한 제약이 뒤따르는 어려운 군대환경을 적응치 못한 군인들은 탈영, 구타, 총기사고, 자살, 성적비행 등 도발적 사고를 자행하고, 또한 많은 신자군인들이 정신적인 가치와 윤리성을 등한히 하고 신앙마저 쉽게 포기해 버리고 만다.
이러한 군조직의 특수성 안에서 교회는 다만 복음전파만이 아니라 영적의사로서 그들의 아픔을 치유해주고, 희망을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삶의 의욕과 의미를 북돋아 주는 세심한 배려를 가져야 한다.
따라서 군사목은 모든 군인들을 대상으로 차별없이 적용돼야하며 군종신부는 복음선포와 함께 군인들에게 인내와 용기를 갖고서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생활을 지도해야 한다.
「가정(병영)의 복음화」를 93년도 교구 사목지침으로 설정한 군종교구는 『조국의 산하와 하늘, 바다를 지키기 위해 땀방울을 흘리는 우리들의 전우들이야 말로 분명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규정하고 『가정의 병영과 내무반 가족인 전우들을 복음화하고 복음적 삶에로 초대하기 위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을 주지시키고 있다.
군의 조직과 구조에 얽힌 인간관계 속에 파고들어 군 공동체의 인간화 작업과 함께 복음화의 결실을 맺고자하는 노력이야말로 군인신자들의 몫이요 사명이다.
잦은 이동과 훈련으로 인해 본당 소속감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 군 성당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군 삶의 터전인 병영, 내무반의 복음화는 필요불가결한 사안이다. 장병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냉담자가 신앙을 되찾는 은총의 현장이 병영 안에서 성취될 때 삶과 신앙의 동질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군종교구 사목교서는 복음과 신앙의 빛으로 군인들이 올바로 양육되길 희망하며 『우리 가정과 장병 공동체인 병영에 주님을 초대하는 삶은 중요한 것이기에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군사목의 또 다른 중요한 사안은 제대 후 군인신자들을 주소지 본당과 연계시켜 신앙생활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도록 교육,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도별 육해공군 새 영세자 현황을 살펴보면 89년에 2천5백93명, 90년에 3천5백69명, 91년에 2천9백91명, 92년도에 3천5백8명 등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고 92년 총 군종교구 신자수가 7만3천2백4명으로 괄목할 발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대 후 신앙생활을 위해 군종 교구청에 영세 제증명 발급을 요청하는 군신자 현황이 91년에 9백3명, 92년에 8백명(영세한 군 본당에 신청한 수는 제외되었음)으로 영세신자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어 제대 후 효율적인 신자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군종 사목자들이 군인 교리서를 통해 제대 후 영세증명서 사본을 가지고 주소지 성당에 등록할 것을 교육하고 있으나 원만한 신자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까닭은 장병들이 자신이 겪은 군생활을 인생의 연속선상에 두려하지 않고 동떨어진 삶의 그늘로 인정하려는 뿌리깊은 부정적 시각에 그 원인이 있다 하겠다.
『군에서 세례받은 신자들이 사회에 나가 올바른 이상을 가지고 가톨릭 신앙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그에 알맞는 종교교육과 영적 훈련이 군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김호배 신부는 『충분한 시간의 종교교육이 보장되지 못한 상황 속에서도 사목자들은 이론적 교리교육 뿐아니라 장병들이 스스로 신앙적 안목을 키워나갈 수 있는 영적 교육에 힘써야 할것』이라고 역설했다.
계급사회의 특수한 환경에서 모든 것을 부정하려는 피동적인 자신을 벗고 장병 스스로가 군에 있어 긍정적 삶을 추구하도록 이끌어주는 종교적 차원의 이러한 전인교육이 오늘날 군사목이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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