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아버지라는 호칭을 갖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다. 신의 이름을 아버지로 호칭하는 것은 그리스도교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 안에서도 나타난다. 하느님은 우주만물을 만드신 창조주이시며 인간의 행복을 위해 그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이다. 우리나라 초대 교회의 위대한 교리교사였던 정약종은 자신의 작품 「주교요지」에서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면서 하느님께서는 마치 자식들에게 집과 전답을 손수 마련해 주시어 행복하게 살라고 돌보시는 아버지라는 것을 훌륭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초대교회 신자들은 하느님을 대군대부(大君大父)로 표현하면서 이 세상의 어떤 왕들보다 위대한 큰 임금이시며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보다 더 훌륭하신 아버지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대군대부이신 하느님을 위해 충성과 효도를 바치고 그 표시로 순교까지 하게 됨을 기쁘게 받아들였었다. 하느님 아버지를 위해 바치는 효도를 보통의 인간들 아버지와 구분하여 대효 (大孝) 라고 하였다.
하느님 아버지! 우리가 인간의 입으로 부를수 있는 가장 친근하고 절친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하느님 아버지!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우리를 도와주소서. 하느님 아버지! 저희의 믿음과 자그마한 선행을 기특하게 보아 주시고 기쁘게 받아주소서. 하느님 아버지! 우리 민족과 우리나라를 돌보아 주시고 모든 위험과 악에서 보호해 주소서.
하느님이 아버지이신 것을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였으며, 기도하실 때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하셨다. 우리 인간은 이 아버지에게 자녀로서의 효성과 신뢰로써 청원기도를 드린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태도를 일곱가지로 가르쳐 주셨다. 주의 기도에 보면 일곱가지 기도가 나오는데 그중 첫 세가지는 하느님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위엄을 나타낸다 : ①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②아버지의 나라가 일하시며, ③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이 세가지 기도는 우리 인간이 하느님 아버지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영예롭고 존경을 드릴 수 있는 기도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인간이 또한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신뢰와 희망을 가지고 드릴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신뢰심 깊은 기도는 주의기도 후반부에 나오는 네가지 기도이다 : ①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양식을 주시고 ②우리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며, ③우리를 유혹에서 빠지지 말게하시며, ④악에서 구하소서. 이 네가지 청원기도는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께 존경과 신뢰심을 갖고 이러한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하느님은 아버지이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이 인자하신 아버지이심을 여러가지 비유를 통해 말씀해 주셨다. 특히 하느님은 인간의 선행과 기도를 알아주시고 들어주시는 분이시다 : 『자선을 베풀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그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 3~4) .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 (마태6, 6).
『단식하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말고 보이지 않는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 18).
예수께서 알려주신 하느님 아버지는 인간에게 필요한 것을 마련해 주시고 인간을 귀하게 여기시는 분이시다. 인간은 다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그 의를 추구할때 인간의 청원은 이루어진다 :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하고 걱정하지말라. 이런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아버지께서는 이 모든것이 너희에게 있어야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마태6, 31~33).
우리는 하느님이 어떠한 분인지에 대해 예수님께서 알려주셨기 때문에 알수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자녀들이 그들의 소원과 청원을 드릴 수 있는 아버지이시며,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는 개념속에 인간의 원초적이며 근원적으로 깊은 사랑과 신뢰심을 갖고 찾으며, 애원하며 호소할 수 있는 것이다.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마태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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