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숙이의 편지는 계속 이어 졌다.

『제가 신앙의 완성을 이루기 위해선 엄마의 사랑이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가 어렸을적 입니다. 친구의 집앞에서 놀다가 「엄마」하고 소리쳐 부르니까 대문을 열고 나온 짝지엄마가 그애를 안아주며「언제왔니」하고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을 멀리서 보고 엄마의 사랑이 부러워 얼마나 소리없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딴곳으로 데리고 가서 마구 때려 주었습니다. 어렸을적 받지 못했던 엄마사랑에 한맺힌 멍울이 다 자란 지금까지 뻥 뚫린 구멍으로 남아 두고두고 괴로웠습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7명의 어머니가 거쳐 갔지만 진실한 사랑하고는 거리가 너무나 먼것이어서 아예 사랑받을 생각조차 못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생모를 찾아야 했고 어렵게 23년만에 찾았지만 사랑을 받기도 전에 구속되어 눈뜨고 영영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사형수! 사형수로서 마지막까지 품고 있는 한맺힌 엄마사정, 죽음을 목전에 두고 꼭 풀어야만 될 엄마의 사랑. 그 수녀님께 용기내어 부탁드렸고 엄마가 되어 주시겠다는 말씀에 저는 세상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모든 인연을 끊고 새벽에 일어나 별을 보아야 했고 이웃 재소자들에게 억지로라도 웃음을 보여야 했으며 엄마가 믿으시는 하느님이시기게 새벽에 홀로 무릎을 꿇고 엄마와 제사랑이 영원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아들이 저하나만이 아니었지요. 서울 청송ㆍ대전ㆍ대구 등 전국의 수없이 많은 아들들을 다 보살피자니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엄마의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에 맺힌 엄마의 사랑이기에 저 혼자만 사랑하고 저에게 사랑을 쏟아주시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만나는 상담시간에는 일부러 안보는척 하면서도 엄마의 말씀을 듣기 원했으며 공연히 투정을 부리고 외면을 하면서도 신경은 엄마에게 몽땅 쏠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마는 나름대로 제 스스로 제가 일어서기를 바라셨고 저는 작은일이라도 아기처럼 엄마가 일으켜 주시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괴로웠고 제 자신이 사랑을 구걸 하는것같아 처량해 보이며 제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는 엄마를 야속하게 생각했음을 솔직히 고백 합니다. 아니 야속하다는 표현보다 엄마의 사랑을 엄청나도록 원해서 사랑했다는 표현이 더 나을듯 합니다.

아무튼 그때 방황했고，괴로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오랫동안 기도를 드려도 마음이 편치 못했습니다. 매일 띄우던 편지를 끊고 딴청을 부리며 괴로워 했습니다. 이점을 뒤늦게나마 엄마에게 고백하여 용서를 청합니다』

그가 매일 보내던 편지를 갑자기 중단하고 침울해지면서 다른 부인들에게 의식적으로「엄마」라고 부르는가 하면 이유없이 반항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그의 심정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마음은 볼 수 없고 정말 자기를 친엄마의 마음으로 대하는지 동정적 사랑인지 그리고 다른 재소자보다 사랑을 독점하려는 그의 심리를 헤아리게 되었다.

나는 그가 그토록 애쓰고 고통중에 있는것이 안쓰러워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나는 너를 어느 누구보다 제일 첫째로 사랑한다. 그런데 너는 유행가 가사처럼「남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으냐」』하고 꼭 집어 말했더니 얼굴빛이 환해지면서 아기처럼 행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