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온지 3년이 지난 후 내가 큰 아들을 만났다면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했을까 상상해봤습니다. 「물론」연전히 아버지 집은 부농으로서 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작은 아들은 지난날 아버지와 형에 끼친 누(累)를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착하게 살아갑니다.
하지만 큰 아들인 자기는…
『옛날에는 나도 열심히 일해봤지만 별로 나를 위해서는 남는 것이 없더라는 생각이 자꾸납니다. 그리고 곰곰 생각하니 동생이 돌아온 후에는 나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달라진 듯 합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작은 아들인 동생을 편애한 듯 합니다. 나는 원체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서 나무랄 데가 없이 처신했지만 동생은 어릴 때부터 사고를 치고 부랑아로 자라서 동네 사람으로부터 손가락지를 많이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동생을 욕했지만 내게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며『어떻게 형제간에 그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고 그리고『달리도 너무 다르다』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동생을 꾸짓기는 하셨어도 항상 쉽게 용서해 주셨고 조금만 잘해도 크게 칭찬하셨던 것 같습니다. 반대로 나는 웬만큼 잘해도 아버지께서는 칭찬에 인색하셨고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꾸지람하셨던 기억이 수없이 많습니다. 동생이 제 몫의 상속재산을 챙겨 가출한후에도 아버지께서는 칭찬에 인색하셨고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꾸지람하셨던 기억이 수없이 많습니다. 동생이 제 몫의 상속재산을 챙겨 가출한 후에도 아버지께서 그렇게 상심하시고 동생이 돌아오기를 매일 밖에 나가 기다리셨지만 만일 내가 가출을 했다면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을것 같습니다.
요즈음만해도 그렇습니다. 내가 십 수년간 아버지만을 위해서 열심히 봉사한 공적은 간 곳 없고 동생은 이제 겨우 한 3년 마음잡고 일하니까 일에 침이 마르도록 동생을 칭찬하시고 또 아버지께서 그러시니까 동네 사람들도 덩달아 그러는 걸 보니 울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모두 칭찬들 하니까 동생은 더 신바람을 내며 일하는 꼴이 더 더욱 내 속을 뒤집어 놓곤 합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일하기는 더욱 싫어지고 매일 잠도 잘 잘수 없고해서 술을 많이 마시곤 하지만, 마음이 편칠 않아서 그런지 술 마신 다음날은 영락없이 못 일어나고 종일 누워있어야 합니다.
그럴때면 아버지께서 노골적으로 못마땅해 하시며 역정을 내십니다. 또 어떤 날은 아버지께서 나에게 화를 내실까봐 동생이 감추고 변명하는 꼴도 울화통이 터질만큼 나를 화나게 하고 자존심 상하게 합니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이 모두 동생과 아버지의 탓인데 이제와서 내게 선심이라도 베푸는 듯한 인사을 받게되어 도대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큰 아들로 부터 이런 하소연을 듣고보니, 요즈음 나도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한번도 없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한 것으로 보이는경우에는 반드시 그렇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누가 내게 따질테면 따져 보라고 생각하며 자신만만 합니다. 내가 화를 낸 것은 누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지 못했거나 어떤 일에 성의를 다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몹시 피곤하거나 더 바쁜 일이 생겨서 그랬습니다.
이번 일에 내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한번 양보하면 앞으로 계속 자기는 양보하지 않고 내게만 양보를 기대하고 강요할지도 모릅니다. 아예 처음부터 길을 그렇게 들여 놓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위하여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른 사람의 결점이나 나쁜 습관을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말을 여러사람에게 해 둬야 나 외에 또 다른 사람들의 피해도 미리 막을 수 있고 또 본인도 그 악습을 고치든지 적어도 고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는 섭섭하게 대하는 것도 자기가 내게 한 짓을 생각한다면 섭섭하게 여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아무에게나 그렇게 대하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내가 냉정하게 대하는것도 그 사람의 장래를
위해서 그 사람에게는 그렇게 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엄하게 대하는 것은 그 사람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은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기어오르고 또 나를 무시할 위험한 성경의 소유자 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게 인색하게 구는 것도 그사람은 너무 씀씀이가 헤픈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지않는 것은, 전에 자기는 내게 절대로 도움을 청할 일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기때문이며 사실 그 사람은 재력이나 학력 재능 모든 면에 있어 내 도움이 필요없는 사람이며 오히려 도움을 받는다면 내가 도움을 받아야할 처지입니다. 내가 이번에 그 사람들과의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그것이 실제로는 그들에게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내가 욕을 좀 먹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사실 내게도 다른 계산이 있어서 상당한 이득이 있습니다).
내가 그 사람과 빨리 화해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서로 용서를 주고 받을 일도 없을뿐 아니라 나는 항상 마음을 열고 있는데 그 사람이 문제며 그 사람이 악수를 청해오면 언제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하긴 그 사람 그 성질 고치기 전에는 화해한다 하더라도 언제 또 틀어질지 모르지만…. 그러니 요즈음 나는 잘못하는 일이라곤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누구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청해 본 기억이 까마득 합니다. 하느님앞에 고해성사를 볼 때에도 그렇게 밖에 참회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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