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대흥동에서 독립출판 책 전문책방 ‘도어북스’를 운영하는 박지선씨.
대전의 원도심 대흥동에는 ‘도어북스’(door books)라는 작은 책방이 자리 잡고 있다. 있는 듯 없는 듯, 쉽게 눈에 띄는 모습은 아니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톡톡 튀는 개성 있는 책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의 배치가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이곳에서는 ‘독립출판’이라는 다소 낯선 장르의 책들이 전문적으로 소개된다. 독립출판은 출판사에서 기획 제작하는 방식과 달리, 출판과 유통 등 책이 나오는 전 과정을 작가가 직접 책임지는 출판 형태를 말한다. 강연과 전시, 연주회, 워크숍, 문화예술 교육, 책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도 열린다. 작은 공간이지만 펼쳐지는 문화적 시도들이 다양하고 알차다.
이런 배경에서 도어북스는 2014년 6월 문을 연 이후, 대전 지역에서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문화적인 멋집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별히 대흥동주교좌성당을 포함한 대흥동 주변의 원도심 개발 논의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시점에서, 도어북스의 행보는 지역의 문화적 영감을 더해주는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서점을 운영하는 박지선(마리나·33·대전 대화동본당)씨는 “독립출판이라는 장르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잡지 편집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업무상 지역 문화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을 자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고 활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고 도어북스의 출발을 들려줬다.
“제 경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힘들고 지칠 때 영감을 받았던 것이 독립출판물이었어요.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들에게 쉼의 공간이 있다면 더 많은 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문화와 창작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어북스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박씨는 “책이라는 매체와 문화 활동 등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여백을 갖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신앙적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서점을 오픈한 2014년 8월, 아시아청년대회에서 한국대표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질문을 하기도 했던 박씨는 “대흥동성당이 100주년을 앞두고 있는데, 그와 관련해서 교회 미술품에 관한 모임을 여는 등 앞으로 문화선교 장소의 역할도 맡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