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씨는 “이웃을 위해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한센인 요양시설 산청 성심원(원장 오상선 신부)에서 정년으로 퇴임한 박영순(리드비나·60)씨는 특별한 노후 계획을 세웠다. 자신이 근무하던 성심원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봉사하며 지낼 결심을 한 것이다.
퇴임을 1년 앞두고 갈등이 많았다는 그녀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그러나 기도할 때마다 ‘내가 저들을 두고 어디에 가서 행복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봉사 동기를 밝혔다.
박영순씨는 40세가 되던 1996년 성심원에 입사했다. 남은 생을 신앙생활과 봉사를 하며 지내겠다는 결심에서다. 사회복지 전공도 아니었고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것도 아니었지만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성심원에 들어왔다. 그런데 맘처럼 되지 않았다.
“얼굴이 문드러지고 코가 없고 귀가 없는 등 한센병의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을 볼 때마다 너무 무서웠습니다. 피하고 싶었죠. 매일 밤 성전에서 울며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째 되던 날 ‘영혼의 한센병’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이기적으로 살아온 제가 순수하고 치열하게 산 어르신들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때부터 한센인들의 겉모습이 무섭지 않았습니다.”
한센인들에게 더 다가갈 수는 있었지만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성심원을 수차례 떠나고 싶었다. ‘할 일이 없어서 문둥이한테 와서 밥 먹고 사냐’는 등 사회적인 편견도 한몫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성전에서 홀로 ‘주님 제가 이곳을 떠나면 다시 저밖에 모르는 삶을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죽기보다 싫습니다. 그러니 제가 견딜 수 있게 힘을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그녀는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셨기에 견딜 수 있었다”며 “성심원에서 근무하는 20년 8개월 동안 참 행복과 기쁨을 배웠다”고 말하며 성심원과 한센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영순씨는 성심원 교육회관에서 봉사하고 있으며 한 달간 피정을 다녀온 뒤 자신이 팀장으로 일하던 생활지원과에 복귀해 봉사자로 제2의 인생을 펼칠 예정이다.
신동헌 기자 david050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