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발전 위한 교부 연구
우리는 지난 호에서 교부들의 개념과 중요성을 살펴보았다. 일반적으로 교부 문헌을 어렵고 고루한 전문 서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생각은 교부문헌을 직접 접할 기회가 적었던 데서 오는 막연한 선임관에 불과하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대부분의 교부들은 사목자들이었으며, 그들의 글은 당시의 수사학에서 나온 연설체, 강론체적 성격을 가진 것들이 많다. 분도출판사가 기획하여 출판하고 있는「교부 문헌 총서」를 통해 교부들의 생생한 가르침을 접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한국 교회에 무척 다행스런 일이다.
교부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들의 가르침에 대한 연구는 한국 교회의 신학 발전에 다음과 같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첫째、성서 연구에 도움이 될수 있다. 「사도 교부들」은 사도들의 직제자 혹은 그 직제자들의 제자들이었으므로 그들의 문헌은 신약성서 (특히 사목서간들) 에 나타나 있는 사도들의 가르침과 신학을 잘 반영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신약성서에 표현되지 않은 초기 교회의 모습을 보여 주고 그후의 교부들의 글에서도 성서는 그 기초가 되고 있으며, 때때로 성경해설을 위한 강론들과 본격적인 성경 주해서들이 있다.
둘째、이상하게 들릴지 모리지만, 한국 교회 신학의 토착화에 도움이 될수 있다. 교부시대는 사도들로부터 전수받은 그리스도의 복음이 그리스, 로마문화에 정착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예수님과 사도들 그리고 복음서의 청중들은 모두 히브리인들이었으며 그래서 복음은 히브리 문화권 안에서 선포되었다. 이 복음이 제자들의 선교 활동을 통해 히브리 문화와는 다른 그리스문화권에 선포되면서 일종의 토착화 과정이 있었으며, 또 라틴 문화권에 선포될 때에 또 다른 토착화 과정이 있어야 했다. 그리스도교의 신학은 이러한 토착화의 시도 과정에서 때로는 많은 시행착오 (이단과 열교)를 거치면서 발전되고 정착되어 왔다.
제2차 바티깐 공의회 이후 한국 교회 안에서도 토착화의 필요성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우리는 교부들이 행했던 토착화의 시도 과정과 그 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우리의 토착화 작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즘운동에 도움이 될수 있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만큼 기도교의 종파가 많은 곳도 드물다.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지만 개신교 사이에서도 서로 극심한 차이가 있다. 사실 개신교의 종파는 성경의 자유 해석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기의 해석을 고집하기에 앞서 성서시대와 가까왔던 교부시대에서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생활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 잊어서는 안될 점으로, 그 신도수가 많지는 않지만 동방 정교회가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동방 교회는 교부시대의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으므로 서방 교회(로마 가톨릭、프로테스탄트、성공회)는 동방 교회 전승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보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각 교회 모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성서 그리고 서로 갈리기 전 초세기 교회의 모습 즉 교부 문헌을 같이 연구함으로써 서로의 차이점을 함께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교부들의 언어
교부학이 문헌연구라는 측면에서 교부들이 사용한 언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에대해 우리는 몇가지 용어에 대해 분명한 개념을 몇가지 용어에 대해 분명한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교부들을 분류할 때, 해당 교부가 저술에 사용한 언어에 따라 희랍어를 사용했으며「희랍교부」라틴어를 사용했으면「라틴교부」라 부른다. 이러한 언어적인 구분은 해당 지역과 꼭 일치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로마제국의 역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이 정치과 군사적으로 지중해 연안을 정복하였지만 문화적으로는 희랍문화에 종속되어 있었으므로 초세기 로마제국 안에 통용되던 언어는 라틴어가 아니라 희랍어의 대중언어인 꼬어네였다. 따라서 2세기까지 교회안에서 저술된 문헌은 지역에 관계없이 모두 희랍어였다. 교회안에 라틴어로 쓰여진 최초의 문헌은 180년에 쓰여진「아프리카 쉴리타니 순교자들의 행전」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라틴어 문헌들은 2세기 말의 떼르뚤리아노로부터 시작된다.
라틴어의 사용과 함께 라틴신학이 싹트기 시작하며, 4세기에는 로마제국 자체가 정치적으로 둘로 뉘누어져 서로마제국 안에서는 라틴어가 통용어로 사용되고 동로마제국 안에서는 희랍어가 사용된다. 여기서 서방교외와 동방교회의 구별이 생기게 되며 이 구별에는 이미 지리적、문화적、신학적 차이가 내포되어 있다
한편 동방교회 안에는 희랍어가 통용되었지만、이부 지역에서는 시리아어、꼽트어、아르메니아어로 저술하는 교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으며, 이런 교부들은 언어상 희랍어로 쓴 교부 (희랍교부) 와 라틴어로 쓴 교부 (라틴교부) 들과 구별하기 위하여「동방교부」라 부르는 것이다. 지역적인 의미에서 서방교회에 속하고, 이에 대칭하여 동방교회에 속하는 교부들을「동방교부」라 부르는데, 이때 언어적 측면에서 시리아어、꼽트어、아르메니아어로 쓴 교부들을 제한하여 지칭하는「동방교부」라는 표현과 혼동할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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