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속해서 편지를 보내 그때의 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저는 정말 행복했고,세상에 태어나 그같은 행복과 기쁨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엄마의 그 고귀한 마음도 모르고 저를 덜 사랑한다고 말로만 사랑했다니…. 제 자신이 미웠고 너무도 엄마께 미안했습니다.
사랑하올 엄마,엄마의 사랑을 확인했으니 이제는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올 엄마,제가 엄마의 사랑을 남들보다 왜 더 원하는지 솔직히 고백하는 심정으로 말씀드립니다.
저는 사형수입니다. 다른 부인들 앞에서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지만 왜 죽음이 두렵지 않겠습니까 저도 다른 사형수감이 매일 아침이면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저녁이면 안도의 숨을 쉰지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내 형제들이 줄줄이 굴비엮듯 형장의 밧줄로 사라졌을때, 남모를 통곡을 혼자 삭여야 했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엄마 제가 이곳에서 의지할 분이 누구입니까? 하느님 말고는 바로 내 엄마 최수녀님 아닙니까?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마의 사랑을 필요로 했습니다. 형제들이 징벌방에 들어가면서까지 왜 담배를 피우는지 그 형제들을 이해합니다. 약한 인간이기에 그들이 항시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이었지요. 신앙아닌 다른것으로 공표를 메꾸기 위한 것임을 압니다.
저는 어쩜 엄마의 사랑을 택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저는 한맺힌 엄마의 사랑을 꼭 풀어야 합니다.
넘치도록 받고 또 받아 이제는 다 됐다 할 정도로 엄마의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도 편안히 관속에서 죄값을 치를 것입니다.
그러나 엄마 저는 진실한 엄마의 사랑을 원합니다. 동정의 사랑, 말로만의 사랑은 너무나 많이 받아 구역질이 날 정도입니다. 사랑의 엄마! 엄마의 파도처럼 엄청난, 저를 감싸주는 사랑을 받다보니 갑자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매일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 제가 죽어야 죄값을 치를 것이라고 억지나 그 생각을 엄마의 사랑이 쓰러트렸습니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쾌락을 누리는, 맹목적으로 자유를 얻는 막연한 삶이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로서 엄마가 지켜보시는 가운데 이웃에게 봉사하고 내 피땀으로 힘없는 자들의 대변을 해주어 아들하나 잘 키웠다고 엄마가 흐뭇해 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올 나의 엄마, 진짜 거짓 없고 제일 소중히 여기시는 아들로서 순종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떠한 일이든 엄마를 믿고 따를 것을 하느님앞에 맹세합니다. 그리고 엄마가 저를 제일로 사랑하는것 같이 저도 엄마를 제일 사랑하겠습니다. 저는 한다면 합니다. 그리고 저 사실 엄마한테 비밀은 하나도 없었고 엄마이시기에 항상 솔직했습니다. 그러니 제게 조금도 비밀갖지 마세요..』
사형집행은 대개 오전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최고수들은 매일 아침 날이 밝으면「오늘 내가 마지막으로 가는가?」 하고 초조와 공포에 떨고 정오가 되면「아! 오늘 하루 살았구나」하며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신앙이라도 죽음에 대한 확신이 생기기 까지는 죽음의 공포를 달래기 위해 금지된 담배를 징벌을 각오하고 피우기까지 한다. 최고수들은 매일 죽음을 예비하며 살기에 산다는 그 자체는 하느님 앞에 죄값을 치르는 살아있는 제사임을 생각할때 사형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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