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척추가 한번 고장이 나면 매일 밤 잠잘 때 조심스럽게 자야 합니다. 몸부림을 잘못해서 아침까지 그냥자고나면 일어날 때 즉시 소식이 있습니다. 하루동안 통증 없이 지내려면 밤을 조심스럽게 보내야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매일 겪어야 하는「나의 십자가」일것입니다 (루가 9, 23).
내가 이병에 걸린 이유는 평소에 내 자세가 나빠서 입니다. 걸상이나 안락의자에 앉는 자세, 잠자는 자세 특히 누워서 책보는 습관 등으로 이렇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어떤 사람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요즘 잠을 잘 못잤지 팔을 움직이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내가『손끝을 저리지 않느냐』고 물었더니『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즉시 목 척추 고장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발병 원인부터 치료방법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줬습니다. 또 당장 치료하지 않고 그냥두면 나중에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병원에 누워서 꼼짝도 못하고 목을 매달아야 하는 치료를 받게 된다』고도 말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면서 내가 병원에서 복사해 온 운동 방법을 한벌 복사해 줄때는 약간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운동을 외면하고 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의사는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자신있게 남의 병을 진단하곤 합니다. 아마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증세를 보고 들으면 한번씩 진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며칠전 어떤 정치 지도자는 우리 모두를「한국병」환자로 진단을 내렸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대통령병이 든 사람이라 했습니다. 말하자면 대통령병에 걸린 사람이 한국병 걸린 사람을 진단했습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병이 한국병인지 잘 모릅니다. 한국 사람만이 앓고있는 고질병이 뭔지 모릅니다. 또 모든 한국 사람이 앓고 있는 병이라면 뭔가 잡힐듯 하면서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병은 사회적 윤리적인 병폐를 지칭하는 듯 합니다. 한데 예를 들어 공원의 화장실이나 공중전화가 엉망이다. 그래서 공중도덕이 없는 병을 앓고 있다 한다면, 또 어떻게 하든지 국민으로서 세금을 줄이고 탈세를 하려고 하는 병이라면, 또 향락산업이 번창하고 폭력이 난무해서 밤나들이가 불안한 병, 돈만 벌수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려드는 증세 등을 같지만 그래도 이런 병을 한국사람 모두가 앓고 있거나 한국 사람만이 앓는 사회윤리적 병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모든 나쁜 현상을 다 포함해서 억지로라도 한국병이라 한다면, 사실로 심각한 병이 한가지 있는데, 그것은 국민이 정부와 정치 지도자들을 불신하는 병입니다.
수도물 사고가 났을 때 무실 물 만큼는 반드시 해결한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극성스레 생수를 찾습니다. 수도물에 대한 불신은 나아진것이 없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원유 갑이 내려도 휘발유 값을 내리지 않고 잉여금을 나중에 올랐을 때를 대비한다고 했는데 원유값이 오르면 잉여금도 행방불명입니다.
작년에 올 예산을 통과 시킬 때는 올해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추경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제는 어쩔수 없이 추가예산을 편성해야 할 모양입니다. 범죄와의 전쟁은 배후에서 휴전을 한것 같으며, 지난번 선거때도 그랬지만 부정선거 사범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 한다고 했는데 호지부지 되곤 했습니다. 오히려「관계관 대책회의」란 것을 만들어 관권을 이용한 선거부정을 주도한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여당과 야당이 지방자치제를『약속을 안지키더라도 선거 후에 실시 하겠다』『안된다 전에 해야 한다』에 다른 모든 현안을 포기한채 공빙전을 벌이는 이유를 짐작하만 합니다. 이렇게해서 생긴 불신병의 원인 제공자는 분명합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첫째로는 못난 우리 자신입니다. 우리가 잘못 뽑은 지도자들과 또 그 지도자가 임명한 관리자들의 수준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로는 국정에 책임을 맡은 자들일 것입니다. 국민은 뽑아놓고 불신하고 뽑힌 자들은 자신들의 처신 때문에 불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병을 앓는 사람들과 그 합병증 앓는 추종자들의 책임도 큽니다.
그 쓰라린 통증은 국민 모두가 느끼고 있습니다. 이 통증을 한국병이라 했다면 차라리「한국통 (韓國痛)」이라 했어야 했습니다. 이는 한국사람 우리 모두가 매일 감당해야 하는 아픔이고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이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평소에 삶의 자세가 중요했는데 우리 모두는 그렇지 못 했습니다.
이제 발병 후에는 밤을 조심스레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변화와 개혁」에는 분명히 어떤 희생과 아픔이 따를 것입니다. 이 아픔이나 희생을 두려워하여 실천하지 않았으면 적어도 부끄러워할 줄이라도 알았으면 합니다.
제발 경제성장이든 민생치안이든 공명선거든 과소비나 제반 부조리 방지든 한다고 해놓고 회의만 한다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시키기만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오늘 한국 순교자들의 축일에 자신들의 입으로 고백한 믿음을 생명을 바쳐 실천한 그 분들의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무척 아쉬운 때입니다. 우리 모두 매 순간 다가오는 십자가를 두려워하고 하다보면, 내일은 더 큰 통증으로 아마 입원내서 목을 매달아야 하는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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