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을 찾으실 때 새끼 나귀를 타시고 환호하는 군중에 에워싸여 올리브산을 내려오시다가 산 중턱에 이르러 성도 예루살렘을 내려다보시며 눈물을 흘리셨다. 옛부터 하느님의 도시로 보호를 받아 온 이 신도(神都)가 지금 하느님을 외면하고 하느님의 진노를 면할 길이 없게 된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대목 279 참고)
오늘 그 원인 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 시민 대표격인 바리사이파들과 율법 학자들에 대한 신랄한 견책의 말씀을 끝내면서 또다시 그들의 도시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눈 앞에 보듯 한숨 지으며 탄식의 말씀을 금할 수가 없었다.『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암탉이 병아리를 날개 아래 모으듯이 내가 몇 번이나 네 자녀들을 모으려 했는데도 너는 끝내 응하지 않는구나』
주 하느님 야훼의 진노가 폭발하는 진노소리와 같이 예수님의 음성은 음조가 높아졌고 그들을 구원할 생각은 이제 체념한 듯했다. 이 도시 안에서 그들의 선조들은 하느님이 보내신 예언자들과 성자들을 죽였고 그들의 후손인 바리사이파들과 율법 학자들은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과 성자들의 무덤을 꾸미며 예언자들과 성자들을 존경하는 체하지만 죽은 예언자를 존경하면서 산 예언자를 또 시해하고 있다.
그들은 회개를 부르짖던 세례자 요한을 죽였고, 볼 눈이 있고 들을 귀가 있었다면 충분히 알아볼 수 있는 대망의 메시아마저도 지금 막 잡아 죽이려고 그 도시 한복판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뿐 아니라 앞으로 당신이 파견할 사도들과 하느님 나라의 일꾼들을 또 죽일 것이다.
이 신도는 지금 예언자들의 도살장으로 변하였고 하느님이 보내신 일꾼들을 돌로 쳐 죽이는 인민재판장으로 변하였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며칠 후에 군중들이 당신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외치는 고함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하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지금까지 이 성전에서 그들에게 구원의 말씀을 들려주셨고 고통 받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솔개가 하늘을 빙빙 돌면서 먹이를 찾을 때 어미 닭은 제 새끼들을 보호하려고 빨리 날개 속으로 들어오라고 꼬꼬거리는 정다운 소리와 같이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오라고 수십 번 손짓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소리를 듣지 않았다.
『당신의 눈동자처럼 이 몸 고이 지켜주시고 당신의 날개 그늘 아래 이 몸 숨겨 주소서』(시편 17, 8)『당신의 날개 그늘 아래 몸을 숨기는 자 기름기로 배불리 먹이시고 시냇가 단물을 실컷 마시게 하시나이다』(시편 37, 37~8)「파닥거리며 떨어지는 새끼를…날개를 펼쳐 받아올리고 그 죽지로 업어 나르는 독수리」(신명 32, 11)인 듯 예수께서는 야훼의 날개를 펼쳐 몇 번이고 새끼들을 구하려고 했지만 그들은 끝내 말을 듣지 않고 게헨나의 불길 속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들은 하느님의 손길을 영영 놓치고 말 것이다.
이러한 백성을 두고 야훼께서 예레미야에게 내리신 신탁(神託)의 말씀이 계셨다.『나는 나의 집(백성, 땅, 나라)을 버렸노라. 내가 상속으로 받았던 이 백성을 나는 버렸노라』(예레 12, 7). 악의의 눈과 귀를 가진 자들에게는 하느님의 말씀도 들어먹지 못하는 것을 예수께서는 못내 안타까와 하시면서 그리고 그들에게 닥칠 불행이 결국은 다가오고야 마는 것을 눈 앞에 보시면서 예루살렘을 부르며 한탄하셨다.『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너희 집은 하느님께 버림을 받아 텅 빈 폐허가 될 것이다.』
이 집은 한때「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라고 사람들이 하느님을 환영하던 집이고「야훼는 우리에게 빛을 내리시는 하느님이네」라고 찬미하던 집이며 이 야훼의 집에서 서로 축복을 주고받던 집이다(시편 118, 26). 그렇게도 기쁨을 주던 이 집이 이제는 폐허가 될 것을 내다보시며 예수께서는 목이 메이셨다.
어미 닭을 마다 하는 병아리들이니 어찌 하랴. 이제는『너희가 정녕 나를 다시 보지 못하리라.』그러나 한 가닥의 희망은 아직도 남아 있다. 사도 바오로가『나는 내 동족(유다 민족)이 구원 받기를 간절히 원하며 하느님께 간구합니다.』(로마 10, 1) 라고 말했듯이 예수께서는 당신의 동족이 언젠가는「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미 받으소서」라며 주님을 맞이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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