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사상
우리는 오리게네스의 방대한 저서들에 나타난 신학사상들 중에 중요하고 흥미로운 몇 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오리게네스는 성자 그리스도를 『영원무궁한 출생』을 통해 성부로부터 나신 분이라고 특징짓는다. 이 출생은 시간적 또는 생물학적 차원에서의 출생이 아니라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한 「나심」(generatio)을 뜻한다. 따라서 그는 성자께서 존재하지 않았던 때가 없었으며, 성부와 동일한 천주성을 지니고 계시다고 강조한다.
그리스도론
이 주장은 약 1백년 후에 발생하여 니체아 공의회(325년)에서 단죄될 아리오 이단을 앞당겨 반박한 셈이다. 또 그는 그리스도론 발전에 매우 중요한 개념이 될 「신-인 속성교환」 (神人屬性交換: communicatio idiomatum)을 말하였다. 『모든 것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아들은 예수 그리스도 또는 사람의 아들이라 불리운다. 하느님의 아들이 죽음을 당하셨다고 성서에 기록되어 있는데, 물론 이 표현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본성에 해당된다. 그분은 사람의 아들이란 이름을 지니셨지만, 한편 그분의 오심은 거룩한 천사들과 함께 계신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 안에서 선포되었다. 따라서 모든 성서에서 말하고 있듯이, 그분의 신성이 인성에 연관된 용어들로 언급되기도 하며, 동시에 그분의 인성이 신적 존엄성에 연관된 용어들로 높임을 받기도 한다』(원리론 2, 6, 3).
사실 우리는 이 개념에 따라 성모 마리아를 「천주의 모친」이라 부를 수 있다. 엄격하게 말하자면 마리아는 인간 예수를 낳았지만,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이 한 위격 안에 밀접히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두 성에 속한 속성들을 서로 교환하여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교회론과 원죄론
오리게네스는 교회를 일컬어 「모든 성도들의 모임」, 「믿음의 백성」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교회의 역사적 현실성을 부각시킨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라는 바오로 신학에 따라 그리스도는 교회의 영혼과 같으며, 교회가 지닌 생명의 원천과 원동력이 된다고 그는 설명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은 바로 교회이며, 우리는 교회를 구성하는 일원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는 우주적인 존재로서 보편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교회 밖에서는 구원이 없다. 그는 『내 어미가 나를 죄 중에 배었나이다』라는 시편 50, 7의 말씀을 원죄(原罪)의 근거로 제시하연서 유아세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교회가 죄사함의 세례를 어린이들에게 베풀어온 것은 사도적 기원에 따른 오랜 전통이라고 주장한다.
종말론
오리게네스는 하느님께서 세상 마지막 날에 우주만물을 당신 안에 수렴시켜 「우주의 복원」(復元)을 이루실 것이랴 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영혼은 정화의 불길을 거친 다음 기쁨의 나라인 낙원으로 들어간다고 말한다. 그는 지옥 또는 영원한 벌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모든 죄인이 일정한 보속의 기간을 거치면 구원되고, 악마와 사탄까지도 언젠가는 로고스에 의해 정화되어 구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그는 하느님께서 이성적인 존재들을 미리 만드셨는데, 그 행실에 따라 천사, 악마, 인간 영혼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인간 영혼의 선재(先在)를 뜻한다.
게다가 그는 영혼들은 전생에서 살았던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신분으로 현세에 새로 태어난다는 윤회사상을 말한다. 그의 「우주적 복원」과 영혼의 선재 내지 윤회사상은 플라톤 사상에 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정통교리와는 분명히 배치된다. 이 주장들은 후대에 「오리게네스 논쟁」의 핵심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에 관계되는 문헌들이 오리게네스가 쓴 희랍어 원문이 아니라 후대의 라틴어 번역본에만 남아있기 때문에 어디까지 오리게네스 자신의 주장인지 또는 다른 사람의 사상이 얼마만큼 삽입되어 있는지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영성사상
오리게네스는 뛰어난 영성이론을 갖고 이를 실천한 신앙이었다. 그의 영성사상은 그리스도교 영성과 수도자들의 수덕 발전에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는 영성의 출발점을 창세 1, 26의 말씀에 두고 있는데,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 (Image Dei)대로 창조된 존재이기 때문에 하느님을 닮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하느님이신 로고스께서 인간 육신을 입고 육화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으로써 하느님과 닮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이중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먼저 자아인식 즉 자신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올바른 방향정립을 해야 한다. 둘째 단계로 자기의 죄와 악습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여 자신을 정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교만의 악습을 고치기 위해 겸손의 덕을 닦으며, 더 나아가 기도와 순례 또는 매일 성서읽기 등을 하는 것이다. 셋째 단계로, 죄에서 정화된 영혼은 부활의 희망을 갖고 그리스도와 더욱 닮아지려는 영적 갈망을 통해 영적 상승을 얻게 된다. 마지막 단계로, 영혼은 신비적인 체험을 통해 그리스도의 신비로운 일치를 이루게 되는데, 그는 이것을 「영적 혼인」, 「영적 포옹」이라고 표현한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와 일치하기 위해 그분의 고통까지 함께 나누어 받으려는 사랑 때문에 기쁘게 순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순교자와 수덕자는 모두 그리스도의 완덕을 닮으며 그분과 일치되려는 같은 이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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