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가 정채봉(프란치스꼬ㆍ49)씨가 산문집「스무 살 어머니」를 펴냈다.
90년「그대 뒷모습」이후 5년 만에 두 번째로 엮은 이번 산문집에서 저자는 5월에 피어나는 찔레꽃, 섣달 그믐에 고향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스물 살에 돌아가신 어머니까지 삶의 구석구석을 반추하고 있다.
그가 뒤돌아보는 이 삶의 기록들 가운데에는 그리움과 애정뿐만이 아니라 아프고 쓰라린 기억들도 함께 섞여 있다. 하지만「세상은 아름답고 살 만하다」는 것이 이 추억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생각이다.
「두엄 더미를 기어가는 지렁이조차도 사랑스럽다」는 것이 그의 마음이다.
『산천에 쓰레기가 날로 늘어가고 있지만 그러나 아직은 들꽃이 많듯이 우리네에도 선량한 이웃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은 다소 흐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저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은 선량한 편이지 않은가』(사람은 아름답다 중에서)
「다소 흐려져 있는」어른들에게 저자는 고향을 돌려 주기 위해 동화를 쓴다고 말한다.『육신의 고향이 땅이나 어머니라면 영혼의 고향은 동심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동심을 통해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까지도 고향을 되돌려 주고 싶습니다.
사실 그의 동화 작품은 어린이보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폭 넓게 읽힌다. 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꽃다발」이 당선되면서 등단, 10여 년의 공백을 거쳐 83년 첫 동화집「물에서 나온 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한 그는「생각하는 동화」「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독특한 영역을 지켜왔다.
새싹 문학상을 받은 동화집「오세암」(86년)은 대학생 독자 사이에 화제가 됐고 89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소설「초승달과 밤배」(87년)는 아동문학지가 아니라 성인을 위한 문학 월간지인「한국문학」에 연재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단어와 문장을 쪼고 다듬는 일에 유난히 마음을 쓰는 정채봉씨의 글을 짧고 간결하지만 핵심을 놓치는 일이 없고 사물과 마음의 요체를 표현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책 속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정채봉씨는『어린이들이 동화 속에서 꿈과 사랑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부모님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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