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눈다는 일, 이것은 이 세상과는 전혀 들어맞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돈을 벌고 권력을 잡고 명령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는 더 잘 어울린다. 나눈다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나누어 주는 것은 나의 이익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렇지만 가끔 나의 이해득실에서 자유롭게 뛰쳐나올 수는 없겠는가?
그러나 나는 과거 언젠가 남에게 내 것을 나누어 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꼭 의무나 어떤 협약 때문에 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내가 남에게 나누어줄 수 있었다면 분명 어떤 새로운 관계로 맺어진 것이다. 평소 늘 주고받던 이해득실의 질서와는 영 다르고 훨씬 더 인간적이고 좀 더 아름다운 관계가 성립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선물은 장미 몇 송이나 장난감 그리고 한 병의 술이었을지 모른다. 또 상대방의 말에 잘 귀 기울여 들어준 일과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일지 모른다. 이런 것들이 작고 사소하다 할지라도 남에게 불쾌한 것은 절대 아니다.
새로운 질서를 맺게 하는 나눔은 나와 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다. 살아있는 인격체인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움직임인 것이다.
내가 나눈다는 것은 나 스스로를 내어걸고 너를 생각해 주는 일이다. 그래서 바로 눈앞에서 나의 어떤 소용이나 이익을 셈해보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의미 있고 이해득실을 셈하지 않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에게 향한 기쁘고 그윽한 눈빛이 바로 그러한 것이다. 나누는 사람은 상대방을 향해 자신을 연다. 자신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 손은 열려 있고 눈빛은 고요히 응시하고 있다.
나눔은 받는 사람에게 이런 것은 작지만 새로운 탄생이 될 것이다. 『나는 여기 있고 나는 살 수 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나를 기쁘게 했고, 나누어 주었기 때문이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누어 준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그 자신도 자기가 갖지 못한 따뜻함을 돌려받는다. 나누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기쁘게 상대방을 향해 오는 것, 감사하다고 대답해 주는 눈빛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이중창과도 같다. 둘 다 서로 존중하며 서로에게 기쁨이 오고 감으로써 노래의 절정을 체험한다. 나누어 줌으로써 비로소 세상을 따스하게 변하게 한다. 이해를 셈하는 각박한 대지 위에 따사로운 꽃들을 피게 한다.
나누는 일은 신적인 것이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창조하심으로 아름답고 자유롭게 우리에게 당신을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끊임없이 실패했을 때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한 번 더 새롭게 나누어 주셨다. 또 다시 우리가 실패하게 되면 다시금 그렇게 해 주실 것이다.
나눔의 은총과 선물은 처음부터 그리고 영원히 하느님의 질서였다. 하느님의 질서, 나눔의 질서가 이 척박한 토양,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질서를 깨치고 나와, 따사롭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도록 우리 스스로 조력해야 함을 깊이 생각해 보자. 그리고 또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서로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이 틀림없다.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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