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론의 주제는 「우리의 내면을 희고 빛나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에 사는 교포2세 자녀들은 자신들이 한국사람 임을 별로 자랑스럽게 생각치 않는다. 물론 모두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양사람보다는 백인친구들과 더 친하게 지낸다. 그들은 영어를 잘해서 영어를 잘 못하는 부모와 의사소통도 잘 안되며 그래서 한국적 사고를 가진 부모와 미국적 사고를 가진 자녀와의 갈등이 매우 크다.
한국에서 온 어떤 신부가 신자집을 방문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일어나서 공손히 인사하라고 하자 「난 한국 신부들이 싫다. 신부들이 올 때마다 왜 매번 일어나 고개를 구부려야 하느냐? 제발 귀찮게 굴지 말라」고 했다.
미국에선 어떤 자세에서든지 손만 흔들면 된다. 누워서라도 말이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다.) 미국에서 영어공부하느라고 어떤 미국인 고등학교에 한동안 다닌 적이 있었다.
수업 때 교실에 들어가면 미국인 선생님이 의자에 누워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 채 쉬고 있다가 「하이!」하고 내게 인사를 한다. 나도 물론 「하이!」하고 손을 흔든다. 이것이 인사의 전부다. 그렇게 배워온 아이들에게 일어서서 머리를 구부리라는 것은 귀찮은 일일 것이다. 대학생이 되면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부모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적인 것을 배격하다가 결혼시기가 되면 그제서야 내가 한국인이었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게 된다. 백인 배우자의 부모들이 극력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자신이 바나나였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바나나란 겉은 노랗고 속은 희다. 겉으로는 노란 피부의 동양인이고 속으로는 백인의 사고방식을 가졌음을 뜻한다.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변성용 사건을 말씀하고 계시다. 예수님께서 높은 산으로 올라가셔서 자신의 모습을 갑자기 변화시키셨다. 『얼굴은 해와 같이 빛나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마르꼬 복음은 『어떤 마전장이도 그보다 더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고 눈부시게 빛났다』 (마르꼬 9, 2)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계시하시는 바가 많다.
변성용 사건은 예수님의 정체(正體)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당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신다.
「해와 같이 빛나는 분」이야말로 원래 하느님의 모습이다.
그분은 하느님의 아들이요 우리 구세주이시다. 본인의 변성용뿐만 아니라 성부께서도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가장 기뻐하는 자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고 말씀하시며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뒷받침하고 계시다. 그리고 함께 계심을 증명한다. 우리는 이 말씀으로 예수님의 하느님 성(天主性)에 대한 확신을 해야 한다.
빛나는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자고로 역사들 빛낸 사람들이 많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역사의 한 시점에서 국한된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말하자면 부분적, 일시적으로 빛을 비춘 분들이다. 그런 분들에게도 계속적인 존경을 드리고 있다. 하물며 예수님이랴! 온 우주와 세기를 통해 영향력을 미치고 우리에게 성령을 통해서 현존하시는 예수님이야말로 총체적인 빛이시다. 그러기에 「해와 같이 빛났다」고 성서는 기술하고 있다.
우리 교리 중 사기지은(四奇之恩)이란 것이 있다. 종말에 공심판으로 부활하면 간선자의 육신은 그리스도의 육신과 같이 사기지은을 입어 아름다울 것이요, 악인들의 육신은 추하고 흉할 것이다. 사기지은이란 무엇인가? 상치 못함과 빛남과 빠름과 사무침이다. 여기서 「빛남」이란 무엇인가?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날 것이다』(마태13, 43). 『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난다』(고린15, 43). 그래서 성인 성녀의 머리 위에 후광을 그려 넣는다.
우리는 빛나는 것을 참으로 좋아한다. 뭐든지 번쩍번쩍 윤이 나게 하려한다. 조금 엉뚱한 얘기 같지만 건강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얼굴색을 보자. 핑크빛 얼굴, 누런 얼굴 등 색깔이 여러 가지다. 일반적으로 건강색이라 하면 핑크빛을 떠올린다. 그러나 핑크빛의 아가씨들도 변비, 허리 디스크 등 속병들이 많으니 어쩐 일일까? 참 건강색은 맑고 빛나는 환한 얼굴색이 아닐까?
예수님께서 왜 갑자기 당신의 얼굴을 변화시키셨을까? 고통과 어려움 중에 있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영광을 보여주심으로써 「내 말을 믿으라. 확신을 가지라. 내가 이런 사람이다. 너희들도 이런 영광된 모습으로 바꿔 주겠다. 그러니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만 믿어라. 희망을 가져라』하고 증명하신다.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모습이다.
영화에 나오는 두 얼굴의 사람들이 있다. 헐크, 슈퍼맨, 원더우먼, 스파이더맨, 야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우리가 이들과 같은 점은 우리에게도 모습과 속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항상 선과 악의 요소를 지니고 있고 빛보다는 어두움에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많다. 이 복음 기사를 사순시기에 넣은 이유는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우리의 본 모습을 이웃과 하느님께 보여 드려야 한다. 하얗고 해와 같이 빛나는 마음을 말이다. 그러려면 이번 사순절을 계기로 우리 마음을 닦아보자 희게 빛나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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