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얻어지는 체험을 바탕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시(詩)를 쓰고 싶습니다』
선천적인 중증 장애인으로서 어려운 역경을 딛고 시인으로서, 한 젊은이로서 삶을 진지하게 살고 있는 이영범(발렌티노 · 서울 상계동본당· 36세)씨.
「추운 뜰에 빛 내려 앉는다/님이여 당신은 언제나 /이 가슴에 내리고 있습니다/... 당신 떠나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다시 우리 만납시다/이러한 생각에 안타까움 속에서라도/이 몸은 웃을수 있습니다.」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존재에 대한 끝없는 물음을 찾고 있는 시인 이영범씨는 지난 91년 첫 시집「겨울 햇살」을 내놓고 아직도 배우는 학생처럼, 구도하는 순례자처럼 긴 여행을 다니고 있다.
장애인 문인협회(회장= 방귀희)회원이기도 한 이영범씨는『저는 아직 어려 세상 보는 눈이 협소하다』고 겸손해 하면서『진짜 시를 쓸 수 있기 위해서는 이마도 인생의 맛을 볼 수 있는 40이 넘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며『아직도 공부하는 학생의 기분으로 매일 원고지 앞에 앉는다』고 말한다.
아직도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이 올바르지 못한 가운데 이 같이 장애를 닫고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시인 이영범씨의 모습은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장애인들에게 훌륭한 표양이 되고있다.
이영범씨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 노원지회 지회장 일을 4년간 맡아오면서 남달리 같은 처지의 장애인에 대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온 것으로 주위에 알려져 흐뭇한 정을 느끼게 한다.
『글은 작가가 쓰지만 이는 2차적인 작업에 불과하다』고 전제한 이영범씨는 『진짜 글을 쓰는 것은 독자다 왜냐하면 글은 자기만의 넋두리가 아니라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주옥같은 시를 쓰고파 항상 홀로 여행을 떠나는 시인 이영범씨는 자연과 같은 순박한 웃음을 지어보이며『이 세상이 정말 사랑과 기쁨의 나눔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장애인 시인, 이영범씨의 존재와 삶에 대한 성실성은 사지가 멀쩡한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뒤틀린 몸으로 산으로 강으로 자신의 분진을 주어모으기 위해 길을 떠나는 시인 이영범씨의 삶의 모습은 오늘도 해맑은「봄 햇살」로 우리들 가슴에 다가오고 있다.
『일반인과 장애인은 엄연히 신체적으로 다르다』고 전제한 이영범씨는『이러한 신체적인 차이를 인정하면서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기가 맡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갈 때 이 땅에서 장애인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올바로 살아갈 수 있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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