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 일류만이 강조되고 목표가 되는 세상에서 언제나 빵점엄마인 조은일씨가 두 번째 작품집「아픔이 주는 선물」을 발간했다.
『병든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다니며 느낀 일상의 소감들을 가장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택시문화에서 인간존엄성이 상실된 병원문화에 이르기까지 결코 새로운 문제 아닌 문제를 다뤘다는 조씨는『우리 사회가 정신문화의 낙후로 인해 얼마나 살기 힘들게 병들어 있는지를 주부의 입장에 고발했다』고 소개한다.
『우리는 고통이나 아픔을 겪게 될 때 종교를 찾게 됩니다. 저도 아들 용걸이가 7년째 난치병을 앓고 있다보니 자연스레 종교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종교생활은 너무 눈에 보이는 기적만을 바라고 믿는 것 같더군요. 종교의 진정한 의미가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조씨는 이 책에서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도 서슴지 않았다고 밝힌다.
아들의 병을 고쳐보겠다고 사주관상까지 봤던 조씨는 아무것도 소용없는 일이었음을 깨달았을때 아픔이란 바로「바울의 가시」「진주조개의 모래 한 알」이라는 단순하고도 심오한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발견했다.
『병든 조개에서만 진주가 탄생할 수 있듯이 고통과 아픔으로 우리는 변화와 성숙을 갖게 됩니다. 모두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믿고 있어요』
아직까지 종교를 갖지 않은 조씨에게 이러한 생각들은 중학교 때 다닌 미션학교의 영향 때문이다. 광주 살레지오 여자중학교를 졸업한 조씨는 주의 기도, 영성체, 돈보스꼬 성인 등 가톨릭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한참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학교 시절, 수녀님들에게서 받은 교육은 지금 저의 심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빵점엄마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때의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 됩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딸과 함께 춘천행 기차를 타고 여행가는 엄마, 자녀들과 독서토론을 가장 즐기는 엄마로서 조은일씨가 쓴 백점일기는 지난해 학부모는 물론 청소년들에게까지 새롭고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가져다 줬다.
곧 세번째 작품집들 발간할 예정이라는 조씨는『지금까지의 작품들이 가정 안에서의 작은 목소리였다면 이번 세 번째 작품집은 대학과 젊음의 문화를 발랄하고 지성적인 문제로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다.
언제나 젊은 사고를 간직하고자 노력하는 조씨는 현재 홍대입구에서 차와 음악과 1천3백여 권의 책이 있는「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카페에 비치한 낙서집을 통해 얻게 된 젊은이들의 놓칠 수 없는 이야기들과 젊은이들의 낭만, 의식 등을 내용으로 한다는 조씨는『제게 있어 가장 비장한 무기이니 기대해 보셔도 된다』는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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