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란 우리 신앙생활을 반성하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이 하나가 되는 것인지 확인하면서, 고칠 것을 고치도록 노력하는 시간입니다. 그리스도의 승리를 바라보면서 이 승리가 우리의 것이 되도록 하고 온 인류의 승리가 되도록 노력하는 훈련의 40일 입니다.
세례를 받은 신자들이 개인으로 혹은 공동체로서 이 작업을 할려면 정확한 기준을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심과 유혹을 당하고 이기신 신비를 성찰하는 것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줄 압니다.
공생활을 시작하는 예수님의 세례와 유혹을 당하고 이기신 신비의 의미를 되새겨 봅시다.
예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온 것은 내 뜻이 아니고 아버지의 뜻이다』. 십자가 위에 당신의 생명을 속죄물로 바치신 순간에 완전히 이루어진 사실입니다만 주님께서는 항상 이렇게 살아온 것입니다.
세례를 받으심과 유혹을 당하심은 예수님께서 하신 매일의 생활과 특히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를 예표하는 것입니다.
우선 예수님의 세례는 하나의 「취임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겠습니다. 예수님이 이 세례를 받음으로써 메시아가 되셨습니다. 이로써 아담의 죄로 닫혔던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았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또 성령의 힘으로 아버지께서 주시는 사명을 수행하게 됩니다. 동시에 죄 없는 어린양이 죄로 인하여 하느님과의 관계를 끊어버린 인간 중에 하나가 되시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 인류의 비참한 상황을 당신의 것으로 하시고 구원에 대한 책임을 지시는 것입니다.
「주인의식」혹은 「하면 된다」는 태도가 아닙니다. 자기를 비우고, 아버지와 인간을 위해 자기의 것을 다 버리고 고통의 길을 걷는 종, 빠스카의 양으로 공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즉시 사탄의 유혹을 당하게 됩니다. 이 유혹을 통하여, 예수님이 어느 편에 서 계신지 처음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세속적인 길, 즉 부 권력 출세 인기 편의 등 자기를 위한 삶의 길을 따라 갈 것인가, 아니면 자기를 비우고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살 것인가.
예수님의 승리로 참된 인간, 하느님의 원래의 뜻에 맞는 인간, 아버지의 창조의 합리에 맞는 인간이 나타나게 됩니다. 처음부터 예수님의 생활의 방향이 그렇고,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목숨을 마칠 때까지 그렇게 될 것입니다.
한 예를 들어서, 베드로가 걱정이 돼서 예수님을 보고 수난을 피하라고 할 때, 예수님께서는 『사탄아 물러가라. 네 생각은 세속적인 것뿐이고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라고 대답하신 것입니다.
세례받은 우리는 영세의 은혜를 어떻게 생각하고, 세속에서 오는 유혹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겠습니까.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받은 세례의 의미입니다. 대개 신자들은 영세를 통하여 구원을 받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영세를 「취임식」으로 생각합니까.
세례를 받음으로써 성령의 힘과 지혜로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어 같은 사명을 받았고, 그리스도와 같은 사랑의 길을 따라 걸음으로써 아버지의 뜻에 맞는 인간이 되기 위해 선택받은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까.
동시에 온 인간의 구원을 위해 걱정하고 「나」를 버리고 인류의 그리스도화를 위해 내 목숨을 바치고 있습니까. 세속에서 오는 유혹을 알아보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까.
교회는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그리스도의 승리를 나타내기 위한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진리를 선포하는 그리스도의 입, 어루만지는 그리스도의 손, 세속의 위선과 부정과 거짓을 이기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우리가 참된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매일 주의기도를 바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도를 바칠 때 우리 마음은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인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행동과 우리의 생활은 그리스도의 행동이나 그리스도의 생활인가, 아버지와 또한 온 인류의 구원을 생각해서 세속에서 오는 모든 일들을 잘 분별하고 올바르게 행동하고 있는가를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세례를 통하여 우리는 승리할 은혜를 받았습니다. 또한 그리스도의 사명을 수행할 힘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례의 은혜와 사명을 깨닫고 있습니까.
사순절동안 이 점을 잘 생각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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