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에 살고 있는 김증수(알베르또) 노봉옥(체칠리아) 부부(세검정본당)에게는 매월 두 차례 정도 토요일이면 함께 나서는 곳이 있다.
이들이 서울을 벗어나 중부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부터 로사리오를 시작하면 15단이 다 되었을 때 딱 맞게 도착한다는 경기도 이천군 장호원읍 소재 육군교도소 내 희망성당이다.
토요일 오후 3시 이 성당에서는 주일미사가 봉헌된다. 인근 군종교구 상승대본당 주임신부가 미사를 집전하고 50여 명의 수련생(재소자)들이 참례한다. 이 수련생들은 김증수 노봉옥 부부를「형님, 형수님」은 보통이고,「누나」심지어는「엄마」라고도 부른다.
형을 살던 이들이 퇴소하면서 미사에 참례하는 사람들은 바뀌지만 이들의 이름은 거의 10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이곳의 수련생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고3인 은혜를 비롯, 고1 마엘, 중3 은총 등 1남 2녀를 두고 있는 이 부부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고 최근 들어서는 학업관계로 자녀들이 같이 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면서 방학을 이용, 온 가족이 교도소 위문길에 오르고 있다.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 더군다나 갇혀있다는 소외감 외로움 등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수련생들에게 김증수 노봉옥 부부와 그 세 자녀들은 가족과도 같은 어쩌면 그보다 더 귀한 존재로 다가서 있다. 방문객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으로도 그들은 감사해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이들 부부의 세례명을 따서「알베르또의 노래」「체칠리아의 노래」를 만들었을 정도다.
85년부터 군 교도소를 찾아 수련생들을 위문했던 김증수씨 가족은 지금껏 매월 수련생들을 위한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은 포장이된 도로에 승용차로 가서 수련생을 만날 수 있는 형편이지만 교도소를 방문하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승용차도 없었고 비포장된 도로를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함께 양손에 떡이며 우유를 사들고 가야했다. 지금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여건이 안 좋았음에도 오히려 그때는 더 열심히 매주 교도소를 찾았다고 김씨 가족은 회고한다.
군 교도소에 있는 수련생들의 잘못은 대부분 탈영 구타로 인한 것들이다. 그 원인은 개인의 잘못된 버릇이나 습관 가정파탄으로 인한 결손가정에서 기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만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평범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김씨 가족이 이들을 방문하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한때 군에 몸 담고 있었던 김증수씨는 수련생들이 사회에서라면 별 문제가 아닌 일들로 수형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그래서 그들에게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한데도 사회적인 배려와 관심이 없는 사정을 알면서 조용하게 가족들과 함께 그 외로움의 짐을 나누기로 했던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자녀들이 더 적극적으로 교도소에 대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김씨 부부가 사정이 생겨 교도소 방문을 못하게 될 양이면 교도소의 오빠 형들을 찾아가야 한다고 등을 떠밀곤 한단다.
큰딸 은혜(대일외국어고)는 대입을 앞두고 있어 거의 시간을 못내고 있는 형편이지만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엄마 아빠와 교도소를 방문 오빠들을 찾을 생각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부모님의 뒤를 이어 그들을 위한 봉사에 나설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우리가 찾아갔을 때 오빠들이 반가워하는 모습이 좋았고 그것을 보면서 기쁜 마음과 함께 일주일이 충만했었다』는 말과 함께.
매일 저녁 온 가족이 묵주기도로 하루를 마감하고 큰딸이 중3 때까지만 해도 평일미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함께 봉헌했다는 김증수씨 가족. 이들은 교도소 내의 수련생들이 남이 아니라 친자식이며 신앙적으로 그들이 하느님을 만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고 밝힌다.
수련생들이 자신들을 반가워해주고 방문해 주는 것을 알아주었을 때, 친형제처럼 대해주었을 때 그곳을 찾아간 보람을 느꼈다는 부인 노봉옥씨는 그들이 보여준 환대가 자기들을 걱정해주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데서 나오는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에 더 안쓰러웠고 찾아가지 않으면 기다릴 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하곤 했다고 들려준다. 부인 노씨가 교도소를 방문하면서 더욱 느끼게 된 것은 정말 사형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군 교도소뿐만 아니라 일반 교도소를 가끔 방문하기도 하는 그는 많은 사람들이「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는 생각으로 큰 죄를 짓는 경우를 보았다며 죄가 죄를 낳지 않고 나아가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들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사회의 편견으로 갈 곳을 찾기 힘든 수련생들이 마음 놓고 있을 수 있는 터전이나 기거할 집이라도 만드는 게 앞으로의 꿈이라고 말하는 김증수씨 가족은 정신적으로 춥고 배고픈 군 교도소의 수련생들에게 계속해서 격려해주고 희망을 주는 이들로 남고 싶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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