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로 앙화를 받아야 할 위선은 겉만 깨끗하게 꾸미면서 그 속은 착취와 탐욕이 가득 차 있는 그릇과, 속은 썩은 냄새 나는 시체와 해골로 가득 차 있는 무덤을 겉으로 잘 보이려고 흰색을 번지르하게 칠하고 깨끗한 체 자랑하는 무덤을 비유로 한 위선 행위를 겨냥하고 있다.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의 깨끗함과 깨끗하지 못함에 대한 개념은 가히 광신적인 종교 개념이었다(대목 117 참조). 그러므로 부정한 경우의 정결 예식은 유다인들의 일상생활 전체를 좌우하고 있었다. 그들의 부정 개념은 전염병 균과 같은 것으로 다른 사람이나 물건에 부정이 옮아간다.
그들이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것은 뱀, 시체에 접했던 것, 죽은 동물, 출혈하는 사람, 월경, 피 묻은 의자나 침대, 문둥병자, 죽은 자나 동물의 뼈 등이고 특히 죽은 시체는 부정한 것의 골수이다. 철저한 국수주의자들이었던 유다인들에게는 유다의 종교 풍습을 모르는 이교도들도 부정물 중의 하나이다.
부정을 할 수 있는 오염의 노출도에 따라 1도, 2도, 3도, 4도 오염물을 구별한다. 사람, 그릇, 옷은 1도 오염물이고 손, 속된 고기와 마실 것은 2도 오염물, 하급 성물(제관에게 바치는 맏물)은 3도 오염물, 희생 제물은 4도 오염물이다. 1도가 강도 높은 오염이고 4도는 미미한 오염 도수이다.
부정 오염은 접촉, 운반, 부정물 위에 앉거나 누움으로써 부정을 타게 되고 부정물이 들어가는 장소, 그릇도 부정을 탄다. 문둥병자가 들어간 집, 시체가 있는 집도 부정을 탄다. 이렇게 부정을 탄 사람이나 물건은 레위 예절이라고 하는 규정된 종교 예식을 거쳐서 정결하게 되고 그 부정을 제거하는 방법도 무척 번잡스럽다.
부정 탄 것을 정화하는 예식은 물을 사용하는데 물로 씻거나 물을 뿌리거나 물에 담그거나 한다. 비 유다인과의 접촉이 금지되어 있는 유다인들은 이교도에게서 그릇을 샀으며 그 그릇을 정화해야 한다. 이렇게 정화하는 데 쓰이는 물의 종류도 꽤 까다로운 규정이 있다. 이와 같이 유다인들이 인위적으로 부정 타는 사물들을 정해놓고 부정 탄 것을 깨끗하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절차를 정하여 종교 예식으로 규정하여 순수 외부적인 정결 개념으로 타락시켰지만 그들의 본래의 정신은「하느님께서 사람을 깨끗하게 만드셨으니 깨끗하게 살다가 깨끗한 상태로 하느님께 돌아가야 한다」는 내적이고 종교적인 정결 이념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예수께서 그들을 질타하시는 점이 바로 이점이었다.『너희는 잔과 접시의 겉만을 깨끗이 닦아 놓고는 마음 속에서는 약탈과 탐욕으로 가득 차 있다』 예수께서는『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히는 것이 아니고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라고 말씀하시며 문제는 사람이 깨끗하게 되려면 마음 속을 깨끗하게 해야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 적이 있다 (마르 7ㆍ14∼23)
이어지는 제6의 위선에 대한 질책도 같은 맥락에서 전개된다.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은 부정타는 본거지인 무덤을 바깥 벽만 흰 칠을 하고 무덤 부정이 제거된 것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은 겉 꾸밈의 절정이다. 그들이 인정하는 대로 무덤 안에는 죽은 뼈와 온갖 썩은 것들이 가득 차 있지 않는가.
한데 예수께서 그들을 질책하시는 것은 그들이 접시나 잔을 겉으로만 잘 닦는다든지 무덤의 바깥 벽을 깨끗히 칠하는 행위 자체가 아니고 율법을 지킨답시고 모든 생활을 겉 꾸미는 행위로 일관하면서 가장 모범적인 종교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들의 생활 속은 약탈, 탐욕, 불의로 가득 차 있으니 이것이 위선이 아니고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옳게 보이면서 옳지 못한 속을 갖추고 있다.
온유한 사람, 옳은 일을 찾는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평화를 도모하는 사람, 물욕에 흔들리지 않는 가난한 사람, 옳은 일 때문에 박해 받고 우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개끗한 사람들이다. 사도교회는 이 내적인 정결정신을 이어 받아 영성생활의 지침으로 삼았다 (야고 1, 27:4, 7. 8:베드 전 1, 22:에페 5, 26: 디도 2, 14: 디모 전 1, 5:디모 후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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