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모든 시각장애인 학교가 일본어를 필수로 가르치고 있지만 점자로 된 일본어사전 하나없이 그야말로 주먹구구식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사전은 그야말로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역사상 첫 시각장애인 교수로 현재 연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익섭 교수(사진ㆍ42ㆍ요셉) 가 이러한 장애인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 첫 시도로 일본어 점자사전을 출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이 일본어 점자사전은 총 1만1천 쪽 55권에 다다르는 분량으로 시각장애인과 정상인이 힘을 모아 1년여의 고된 작업 끝에 마련한 것이다. 이 교수가 자신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시각장애인 아카데미」를 통해 일본어 점자사전 발간사업을 추진한 것은 지난해 4월, 편집위원을 구성하면서였다.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시각장애인 단체로 전국에 2백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시각장애인 아카데미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일본어 점자사전이 제일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8월부터 인쇄작업에 돌입, 아연판 제작을 시작한 이후 생각했던 것보다 닥쳐오는 경제적인 고충은 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다 생각해낸 것이 사전편찬 기금마련 자선콘서트,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횃불회관에서 개최된「사랑의 자선콘서트」에는 서울 아카데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유명 성악가들이 출연, 사전편찬 기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아연판 제작이 모두 끝나 점자기념일인 11월 4일에는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 교수는 그러나『넘어야 할 산이 또 있다』며 한숨 짓는다. 12만 단어를 점자화하다 보니 책 분량이 모두 55권에 단가가 40만 원이나 돼 생활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널리 보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고민이다. 이 교수는『앞으로 실용적이고 쓸 만한 영어 점자사전 발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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