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이 있으면 내년에 사제품 받는 조선족 신부를 본당 신부로 모실 수 있어요. 지금은 중국 신부에게 일 년에 한두 번 고해성사를 보고 미사를 참례하고 있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고해성사를 봤는지, 미사에 참례했는지 아무런 느낌이 없어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에 사는 조선족 최일순(요안나ㆍ73세)씨와 대녀 김영자(막달레나ㆍ66세)씨는 과거 중국 정부로부터 몰수 당한 성모통고성당 부지를 되돌려받기로 했지만 성당을 지어야 땅을 줄 수 있다는 말에 큰 고민에 빠져있다.
성당을 짓는 데 필요한 금액은 중국돈으로 약 2백만 원. 현재 목단강시 공소에서 한주일 동안 봉헌금이 50∼6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주일 헌금 7백40년분을 모아야 성당을 건립할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 신부가 사목을 담당했던 성모통고성당은 1950년 초에 중국 정부에 귀속된 이후 현재까지 중국 정부의 땅으로 관리돼왔으나 최근 개방정책과 종교완화정책으로 성당 터를 되돌려주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 같은 결과를 목단강시 소재 공소 책임자인 최일순씨 일행에게 전달해왔던 것.
『그동안 성당 터를 되돌려받기 위해 흑룡강성 주 정부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진정서를 제출하고 탄원을 냈지요. 그 결과 인근지역에 8백여 평의 성당 터를 내주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어요.』
물론 성당 부지도 얼마의 돈을 주고 사는 조건이지만 옛 성당 부지를 되찾는 기쁨이야말로 수십 년 간을 숨어서 신앙을 지탱해왔던 조선족 신자들로서는「하느님의 특별한 은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은 오로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라곤 고국 교회뿐이라는 생각에 염치불구하고 고국 신자들에게 신앙의 빚을 지기로 결심하고 10월 1일 한국을 찾아오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성당을 짓기 위해 도움을 요청하러온 최일순씨는 그동안 흑룡강성 목단강 지역에 약 70개의 공소를 설립해 조선족 신자들을 돌보다 과로가 겹쳐 지난해 말 선종한 조경태 공회장의 부인으로 한 평생을 남편과 함께 목자 잃은 양떼를 돌보아온 신앙의 파수꾼으로 유명하다.
또한 최일순씨는 원래 부모가 강릉에서 살다가 중국으로 건너간 조선족 2세대로 북한선교위원회 위원장인 이동호 아빠스와 어릴 때 한 고향에서 성장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목단강시에 사는 대부분의 조선족들은 중국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꼭 조선족 신부가 와야 하는데 내년까지 성당이 지어지지 않으면 조선족 신부는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게 되지요. 우리말로 미사를 봉헌하고 고해성사를 볼 수 있도록 성당을 꼭 짓고 싶습니다.』
※도움 주실 분=한일은행 064―060624―02―102(이동호)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