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강론 주제는 「물」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 지방의 어떤 물을 긷던 여인에게 물을 달라고 청하시면서 그 여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늘 복음은 굉장히 길고 주제가 다양하다. 예수님 말씀에 여자가 자꾸만 대꾸를 한 까닭이다. 그래서 어떤 것을 주제로 할까 망설이다가 「물」로 정했다.
물! 이것은 너무도 귀중한 것이지만 우리는 물이 흔해서 그런지 실제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한번쯤은 강론으로 말씀드릴 가치가 있다고 본다. 물이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 언제나 물이 있는 곳에 생명체가 있고 인류 문명의 발상지도 역사적으로 한때 강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느 나라든지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치수(治水)를 잘해야 한다. 우리 조상님들은 가장 좋은 주거환경으로 「무-나무-양식」이라 했다. 여기서 「무」란 물을 뜻한다. 물이 없으면 인간사회의 기본 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다. 가장 질서가 잘 잡혀 있는 단체가 군인인데 군인들도 목마르면 직속상관의 말을 듣지 않는다. 특히 사막에서의 전쟁은 누가 오아시스를 차지하느냐가 전쟁의 승패요인이 된다. 우리는 쌀농사를 짓고 있으므로 다른 나라보다 더욱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 물이 없는 사막의 식물도 반드시 물이 필요하므로 나름대로 저장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사막의 나뭇잎이나 풀잎이 모두 비닐처럼 반질반질하며 바늘모양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다 비가 올 때 물기를 최대한 흡수해서 잘 증발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물은 자연법칙을 철저하게 지킨다. 물은 반드시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 「낮은 곳으로 임하신다」. 힘이 센 권력자가 물에게 낮은 데서 높은 데로 흐르라고 명령해도 끄떡없다. 겸손하고 순리적이라고나 할까? 물은 반드시 작은 방울로 시작해서, 내를 이루고 감을 이루며 드디어는 바다를 이룬다. 조그만 물방울이 모여 하나로 일치하여 엄청난 힘을 낸다.
물은 성서 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역시 생명력을 살리는 구원하는 역할로 나타난다. 에덴동산 한가운데에도 물이 있었고, 노아의 홍수도 결국 죄악을 말끔히 씻어낸 사건이었다. 오늘 제1독서를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세의 인도로 홍해바다를 건널 때 역시 그 백성을 살렸으며 광야에서 목말라할 때 모세가 지팡이로 바위를 내리쳐서 샘물이 솟게 하였다. 이스라엘은 전 국토의 80%가 사막이므로 물이 굉장히 귀하다. 여행하려면 물병을 반드시 휴대하고 다녀야 한다.
이처럼 물이 매우 귀중한 곳에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겠다고 말씀하시니 사마리아 여인이 솔깃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여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다. 『그런 물을 주신다면 목마르지도 않고 물 길으러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겠습니다』라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영원히 솟을 샘물」은 무엇일까?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자신」을 뜻한다.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서의 말씀대로 그 속에서 샘솟는 물이 강물처럼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 37~38) 요한의「샘물」말씀은 예수님이 지상 파견근무를 끝내실 때 우리 안에 보내주실 성령을 뜻하기도 한다. 그 성령께서 오늘도 우리 교회를 인도하고 계신다.
결론을 내리자. 인간은 생명의 원천인 물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예수님은 이 물에 당신 자신을 비유하시면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명의 물을 주시고자 우리를 초대하고 계신다. 일반 자연수나 약수는 일시적인 구원을 주지만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주는 구원의 샘」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다가가서 영생수를 주시려 하셨듯이 우리 곁에도 다가오시어 영원한 생명의 물을 주고자 하는 분이시다. 우리는 이번 사순절에 물을 접할때 물을 마실 때마다 예수님이야말로 목마르지 않는 샘이심을 묵상함으로써 우리 자신의 삶을 바로 잡는 새로운 계기가 되도록 하자. 우리는 깨끗한 물과 구정물을 구별할 수 있다.
수돗물과 계곡의 생수를 구별할 수 있다. 앙금이 가라앉는 수돗물보다는 돈을 주고라도 생수를 먹는 세상이다. 세속의 흐린 물속에서 살더라도 영원한 생명을 주는 구원수, 영생수이신 그리스도를 항구히, 죽을 때까지 퍼 마시도록 노력하자! 더이상 흐린 물에서 놀지 않도록 하자.
『주 예수여! 우리에게도 언약하신 영원한 샘물을 주소서. 영원히 목마르지 않으리이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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