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 작은 이야기는 자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병신이라고 부모가 버리고 우리 사회가 외면한 장애인들 모두의 피맺힌 절규가, 아벨들의 피맺힌 절규가 이 사회 구석구석에 울려 퍼져서 응달 없는 사회가 하루 빨리 왔으면 합니다』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는 정신지체아, 불우노인을 자신도 두 발이 없는 장애인의 몸으로 헌신적으로 돌보며 살고 있는 병신대장 우총평(프란치스꼬)씨의 삶을 생생히 묘사하여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란 제목으로 이재선(바오로)씨에 의해 출판됐다.
「둔촌동에서, 강원도 원주의 배론에서, 저 멀리 제주도에서 그리고 이제 별빛 쏟아지는 이 김포의 벌판 한 구석에서 숨 가쁘게 돌린 휠체어 바퀴를 잠시 멈추고 내 삶의 한 굽이를 돌아봅니다. 온통 눈물뿐인…」(본문중에서)
1941년 1월24일 강원도 원주군 문막면에서 출생한 우총평씨는 83년 혈액순환 부전증으로 앙쪽 다리를 7번이나 잘라야 했고, 가족도 떠나버려 졸지에 집도 절도 없는 걸인의 신세가 됐다.
『왼쪽 다리를 4번씩이나 자르는 수술을 받았을 때까지도 하느님을 알지 못했다』고 회고하는 우씨는 『오른쪽 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선고를 받고 비로소 주님께 매달리게 됐다』 고 말한다. 우씨는 또『하느님은 이러한 시련을 통해 비로소 내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이웃이 되게 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내 삶의 단편이 실린 이 작은 책이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용기와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판된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의 저자 이재선씨는 『우총평씨와 만난 것은 4년전 묵동본당 빈첸시오 회원으로서 원주교구 제천 살레시오의 집 방문봉사 때 처음 만났다』고 밝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줄곧 옆에 있었던 것이 인연이 되어 우 선생님의 삶을 글로 옮기게 됐다고 말한다. 소설가 이향림씨의 동생이기도 한 이재선씨는 『자신의 몸이 불편함에도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형제, 자매로 품어 안고 살고 있는 우 원장님의 삶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전하면서 『이 책을 통해 우 선생님의 일생은 물론 장애인들의 권익문제, 교회가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피력했다.
현재 김포 「프린치스꼬네 집」을 운영하고 있는 우총평씨는 85년 서울 둔촌동 소재 프란치스꼬의 집 설립, 89년 원주교구 제천 소재 살레시오의 집 설립, 92년 제주 살레시오의 집을 설립(여자공동체)하는 등 수없이 많은 장애인들과 무의탁 노인을 찾아 두 손에 굳은살이 돋아날 정도로 휠체어 바퀴를 돌려 왔다.
한편 김수환 추기경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는 정신 지체아, 불우노인이 프란치스꼬 형제의 이웃이 되었고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중복장애아가 어느날 성이 우○○으로 기재되는 축복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아직도 고통 속에 이웃을 외면하는 오늘의 우리에게 프란치스코 형제는 주님의 진정한 심부름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재주라면 구걸 잘하고 찬이슬과 비바람 속에서도 감기 안 걸리고 노숙 잘하고, 나 같은 병신을 보면 눈물 잘 흘리는 재주밖에 없는 내가 책을 낸다는 것이 선듯 용기가 나질 않았다』고 밝히는 우씨는 『그러나 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사회가 버리고 외면한 장애인들, 부모가 버린 중복장애아 정박아 이야기를 누군가가 고발하지 않으면 영영 이 사회가 외면할 것 같아서 용기를 내기로 했다』며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오늘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을 찾아 나서고 있는 우총평씨 이마에 맺힌 땀방울에는 하느님 나라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어려운 이들에 대한 끝없는 신뢰가 배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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