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대신 연극 펼치는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연극단체 ‘옹기마을’
온몸으로 전하는 복음 “알기 쉽고 감동적”
문화 복음화 차원에서 일년 한두 번 ‘연극 강론’
대본·소품 등 직접 준비
연기에 말씀 녹이려 최선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연극단체 옹기마을이 7월 16일 선보인 연극 강론에서 주인공 공오수(오른쪽)가 본인의 신앙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느님 저한테 너무하시는 거 아닙니까?”
7월 16일 서울 방배동본당(주임 조정래 신부) 교중미사 중 ‘공오수’의 절규가 성당 가득 울려퍼졌다.
‘공오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5수생이다. 그는 성경이 낡을 정도로 열심히 읽는 등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지만, 시험에서 여러 번 떨어지자 냉담을 결심한다. 하지만 그의 하루 일과표를 보면, 공부 시간은 두 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유머가 숨겨져 있다.
서울 방배동본당 청년연극단체 ‘옹기마을’(단장 홍국화, 지도 안수배 신부)이 성당 중앙에서 연극강론을 펼치며 소개한 예화다.
방배동본당은 일 년에 한두 차례 ‘옹기마을’에게 강론 시간을 내어준다. 단원들은 이날 새벽미사와 어린이, 중·고등부 미사를 제외한 모든 미사에서 연극 강론을 선보였다.
연극 강론은 그 날 복음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단원들은 미리 복음 내용을 깊이 묵상하고, 묵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부분 직접 대본을 만든다. 그리고 대본에 맞춰 음악, 소품을 준비하고 연기 연습을 하는 등 온몸으로 주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연극 강론 주제는 ‘냉담 클럽’이었다. 다양한 이유로 냉담 하는 신자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돌밭과 가시덤불에 뿌려진 씨에 비유한 복음말씀도 연극 속에 속속 녹여냈다.
본당 주임 조정래 신부는 연극 강론이 끝나고 “세월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교회 안에서도 문화를 통한 복음 전파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복음 말씀을 연극으로 잘 표현해냈다”고 격려했다.
신자들은 대부분 연극 강론이 복음 내용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해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녀와 함께 미사에 참례한 정성림(엘리사벳·68)씨는 “연극으로 강론을 하니 손녀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본다”고 말했다. 임도숙(베로니카·74)씨는 “본당에서 연극 강론을 몇 번 봤는데, 그 내용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 신자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옹기마을 단장 홍국화(헬레나·34)씨는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시고, 박수 쳐주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신자들이 저희 연극에 공감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옹기마을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원은 6명으로, 해마다 정기 공연도 마련하고 있다. 단원들은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으로 바쁘지만, 연극단체 활동이 신앙생활은 물론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예비신자인 신입단원 박소영(25)씨는 “학업에 집중하면서 세례 받는 것을 미뤄오다 이제야 받게 됐다”면서 “‘옹기마을’ 활동을 하면서 성당이 좀 더 친숙해지고, 편해졌다”고 밝혔다. 단원 유인영(아녜스·29)씨도 “취업준비생 당시 연극단체 활동은 제게 활력소 같았다”면서 “성당을 자주 찾은 만큼 은총도 많이 받는 기분이 들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