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가 근로에 상응하는 정당한 임금을 받고 ‘삶의 질’이 안정돼야 경제도 살아난다는 상생의 정신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2018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6470원보다 1060원, 인상률로는 16.4% 올랐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종교계는 대체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10%를 넘긴 것은 2007년도(12.3%) 이후 11년 만이어서 노동자들 삶의 질 향상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는 7월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급 7530원으로 결정했다.
지난 10년간 한 자릿수 인상에 그치던 최저임금이 16% 넘게 오르자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문재인(티모테오) 대통령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시급 7530원은 주 40시간 근로를 기준으로 유급주휴 수당을 포함하면 월급으로는 157만3770원에 해당돼 지난해보다 월급에서 22만여 원 오른 액수”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1년에 근로자 1명당 인건비로 260만 원 정도 지출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260만 원이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적은 액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카드 수수료나 높은 임대료, 납품 단가 등 노동자 인건비에 비해 훨씬 큰 비용을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손을 대지 않으면서 가장 약자인 노동자 최저임금을 시간당 1060원 올렸다고 비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복음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오랫동안 희생을 감수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가할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경제구조에 대한 정책적 조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 홍은하(젬마) 사무국장 역시 “우리 사회 노동자들이 약자적 지위에서 저임금을 강요받아 왔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교회는 일관되게 여성과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이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정당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1월 1일 제49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에서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직장에서 차별 받는 여성들과 불안정하고 위험한 근로 조건에 처하고 그 사회적 활동의 중요성에 상응하지 않은 임금을 받는 분야의 노동자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2007년 7월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회적 지위를 약화시키고 대량 해고를 불러오자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교회의 정평위는 이 성명서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해서는 안 되며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적극적으로 일자리와 임금을 나누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적용 받는 노동자들은 상당수가 여성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점에서 교황과 주교회의 정평위가 노동자 임금에 대해 내놓은 입장은 최저임금 논란이 일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귀 기울일 필요성이 적지 않다.
평신도 신학자 황종열(레오·대구가톨릭대 겸임교수) 박사는 “최저임금 문제를 인상액수나 인상률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고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갖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노동자가 잘 살아야 기업도 산다는 상생의 마인드를 갖는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이라는 신학적 해석을 내놨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