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팔 유혈사태에 ‘자제와 대화’ 호소
이슬람 무장괴한과 유다인 경찰
예루살렘 성전산서 총격전, 사망
이슬람인에 대한 통제 강화되자
양측 폭력사태 갈수록 격화돼
7월 21일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예배를 드리던 팔레스타인 이슬람인들이 예루살렘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해 흩어지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예루살렘에서 불거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폭력사태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밝히고, 성지의 평화 회복을 위해 양측에 ‘자제와 대화’를 호소했다.
교황은 7월 23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삼종기도를 주례했다. 교황은 삼종기도를 마치고 광장에 모인 2만 여 군중에게 “최근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심각한 긴장 상황과 폭력사태를 두려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면서 “양측에 서로 자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진심 담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은 군중들에게 양측이 ‘화해와 평화’를 위해 나설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예루살렘 폭력사태는 지난 7월 14일, 총기로 무장한 3명의 이슬람인이 성전산에 있는 알-아크사 모스크 앞마당에서 이스라엘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 2명과 괴한 3명 모두 죽었다. 이에 이스라엘 경찰은 21일 검문소를 설치하고, 50세 미만 이슬람인들의 성전산 출입을 막고 있다.
평상시 알-아크사 모스크에서는 매주 금요일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이슬람인들이 합동 예배를 열어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성전산 출입구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고 출입을 제한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팔레스타인인과의 분쟁은 격화됐다. 지난 7월 21일에는 금속탐지기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이 충돌해 3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었다. 이어 이날 저녁에는 예루살렘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서 3명의 유다인이 팔레스타인 청년에 의해 보복 살해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예루살렘의 다양한 그리스도교 종파 대표들은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 예루살렘 구시가지 긴장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성지 ‘현상유지’에 변화가 생긴다면 예상할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루살렘 라틴총대교구장 서리 피어바티스타 피차발라 대주교와 작은형제회의 프란치스코 패튼 성지관구장 등 성지 내 13개 그리스도교 공동체 대표들은 7월 19일 성명을 발표하고 “알-아크사 모스크를 포함해 성지 관리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우려한다”면서 “현상유지법에 의해 모든 이슬람인은 자유롭게 알-아크사 모스크에 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전산은 아브라함이 하느님께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려 했던 곳으로, 유다인들이 성전을 세웠던 유서 깊은 곳이다. 또한 예언자 마호메트가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 곳으로 전해지며, 이슬람인들에게는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 성지로 꼽힌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