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해수욕장 앞에 펼쳐진 갯벌.
더운 여름. 바다와 산 등의 자연을 즐기고 싶지만, 오랜 시간 휴가를 내기도, 멀고도 복잡한 휴가길에 오르기도 힘들다면 가까운 교구 관할 지역 섬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의 기운을 만끽하고, 이 자연을 주신 하느님의 뜻도 묵상할 수 있는 제부도를 찾아봤다.
제부도 입구부터 자연의 신비가 펼쳐진다. 불과 몇 십분 전까지 만해도 바다였던 자리에 뭍이 드러났다. 이른바 ‘모세의 기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제부도 썰물 풍경이다. 어느새 바다 속에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번듯하게 잘 포장된 길이 나타났다. 성경에 등장하는 모세의 기적만큼 극적인 광경이 펼쳐지지는 않지만, 바다 밑바닥이었던 땅에 발을 딛고 걷는 기분은 어쩐지 경이롭다. 꼭 약속된 땅을 찾아 이집트를 탈출하는 이스라엘 백성처럼, 도시와 일상에서 탈출해 하느님을 만나러 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밀물과 썰물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 두 번 드러나는 길. 제부도와 송교리 사이에 2.8㎞가량 뻗어있는 이 갯고랑은 지금은 잘 포장돼 자동차로 금세 갈 수 있는 길이지만, 옛 사람들은 갯벌을 길 삼아 걸어 다녔다.
제부도의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제부도는 천자문에 등장하는 ‘제약부경(濟弱扶傾)’이란 사자성어에서 따온 말이다. 제약부경은 ‘약함을 구제하고 기울어지는 나라를 붙들어 주다’라는 의미다. 갯고랑을 따라 섬을 향하는 사람들은 ‘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 건너는 모습이 ‘제약부경’이라는 말과 어울린다 해서 제부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제부도에서 즐길 수 있는 여러 자연의 풍광이 있지만, 그중 으뜸은 갯벌이다.
모래나 점토의 미세입자가 오랜 시간동안 퇴적돼 형성된 우리나라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나 있다. 우리나라의 갯벌에선 식물 플랑크톤을 포함해 식물 164종, 동물 687종이 살아가고,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가 서식해 세계 5대 갯벌로 꼽힌다. 제부도에서는 이런 갯벌을 남녀노소 누구나 체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해수욕장에서도 넓은 갯벌을 만날 수 있어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한 자리에서 갯벌체험과 해수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특히 갯벌에 살고 있는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어내 갯벌은 같은 면적의 숲보다 더 많은 산소를 배출하는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한다. 덕분에 해안도로 주변을 산책을 하는 것만으로도 삼림욕을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제부도는 교구 내에서 유일하게 공소가 있는 섬이기도 하다. 제부도의 나지막한 산, 당산의 아래 자락에는 평택대리구 서신본당의 제부도공소가 자리하고 있다. 2002년 서신본당이 마련한 이 공소는 한동안 제부도의 신자들을 위한 성당으로, 여름철 휴가객들을 위한 숙소로 사용됐다.
현재는 시설 노후로 사용하지 않지만, 신자들이 다녀갔는지 성모상 앞 작은 정원은 가지런히 정돈돼있었다. 성모상도, 제부도의 신자들도 여전히 공소를 지키고 있다. 제부도를 방문한 후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면, 다시 갯고랑을 건너 서신성당을 찾으면 된다.
제부도 여행은 성지순례도 겸할 수 있는 여정이다. 섬에서 남양성모성지까지의 거리는 약 15㎞에 불과하다. 주일에 당일치기로 여행한다면, 제부도에 가기 전에 남양성모성지를 들러 미사를 봉헌하거나, 제부도를 여행한 후 나오면서 서신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면 좋을 듯하다.
※문의 031-357-9698 서신성당, 031-356-5880 남양성모성지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
교구 유일 섬 공소인 ‘제부도 공소’.
해수욕과 갯벌 모두 체험이 가능한 제부도 모래사장.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