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앙화는 사소하지만 사람들에게 잘 드러나는 외적인 율법 준수를 과시하면서 중요한 하느님의 법을 등한시하는 바리사이파들과 율법 학자들의 위선행위를 지적하면서 내린 경고이다. 이 네 번째 앙화는 루가 복음서의 첫번째 앙화에 해당된다(대목 191~192 참조).
이 앙화 대목에서 문제되는 것은 십일조 조세문제가 거론되었지만 여기서는 십일조에 대한 시비가 아니고 종교생활에서 중요한 사항을 등한시하고 자잘구레한 일에 치중하면서 그것을 자랑하는 위선을 책망하신 것이다.
십일조를 바치는 일은 율법에서 규정된 법률로서 땅에서 나는 모든 소출의 십분의 일을 종교생활을 위하여 바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대목 192 참조). 전통적으로는 곡식과 포도주와 기름이 주요 조세 대상이었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이 내세우는 박하(대목 192에서 자세히 설명)와 회향(루가 복음서에는 운향으로 되어 있음)과 근채에 대한 조세는 율법서의 규정에는 없고 다만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이 자기네들이 부담없이 낼 수 있는 항목으로 정한 품목들이었다.
이 세 가지는 농산물이랄 것도 없는 아주 미미한 식용 초본식물들이다. 회향은 anethum graveo-lens라는 학명을 가진 식물로서 그 씨앗을 조미료나 약용으로 쓰기 위하여 재배한다(이사 28, 23). 우리나라 생활에 견주어 본다면 후추에 해당될 수 있다.
근채라고 번역한 세 번째 식물은 라틴어의 Cyminum, 학명으로 Cu-minum Cyminum라고 불리는 초본식물로서 당근과 같이 뿌리도 먹고 그 씨앗은 조미료로 쓰인다. 구약성서에서는 역시 이사야서에 한 번 그 재배하는 농부에 대한 언급이 있다(28, 23~29).
십일조에 대하여는 아브라함이 전리품의 10분의 1을 하느님의 대제관 멜키세덱왕에게 바친 이야기(창세 14, 17~20)에서 처음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십일조가 율법으로 자세히 규정된 것은 신명기법으로 신명기 12장, 14장, 26장에 명시되어 있다.
이 율법의 목적은 본래 땅을 가지고 있지 않는 레위족과 불쌍한 과부, 고아, 외국에서 귀화한 이민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고 특히 종교적인 성찬식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고 레위족들이 지방을 돌아다니며 십일조를 거두어들였다. 그러니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 학자들도 십일조를 바쳐야 했고 십일조를 바치는 것을 큰 종교적 덕성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바리사이파 사람과 세리의 비유에서(루가 18, 9~14) 바리사이파 사람이 자기는 십일조를 잘 바치는 덕성스러운 사람이라며 하느님께 감사드린 이야기도 십일조가 그들 생활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이 바치는 십일조는 박하, 회향, 근채와 같은 하찮은 푸성귀를 바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십일조의 근본 정신인 이웃 사랑과 하느님 사랑은 깡그리 경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의를 지키는 일, 불쌍한 사람을 돕는 자비심, 하느님과 사람에 대한 신의를 지키는 일이며 하느님께 대한 신의는 믿음이고 사람에 대한 신의는 성실성이다.
결국 신의를 지키는 일은 하느님을 공경하되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공경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사랑의 계명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 일만이 중요하지 번제물과 희생제물을 바치며 입으로 주님을 섬기는 일, 사소한 일에 십일조를 바치며 제 잘났다고 떠드는 일은 유익이 되지 못한다는 교훈이다.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미가 6, 8)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떳떳하게 살고 사람들을 자비롭게 대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하느님 앞에나 사람들 앞에 겸손되이 사는 일, 이것만이 중요한 일이다.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은 작은 율법 조항을 지킨다고 자찬하면서 중대한 하느님의 계명을 소홀히 한다. 그러니 그들은 눈 먼 인도자들이다. 이런 생활은 하루살이는 걸러내면서(사소한 율법 준수) 사실은 낙타를 통채로 집어삼키는 우를 범하고(중대한 계명의 소홀) 있다. 이런 자들에게 앙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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