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은 신나게 미니버스를 타고 피라미드를 향해 가는데 어떤 이집트인이 기술 좋게 막 뛰어올라 타는 것이다. 우리는 얼떨결에 그의 집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다.
그는 피라미드 스핑크스 그리고 사막 여행에다가 사카라(허물어진 피라미드가 있는 도시)까지 왕복을 해서 1백 파운드에 해주겠다며 우리를 꼬드기기 지작했다.
제일 큰오빠답게 데이빗은 잠시 낙타꾼을 내보내고 우리끼리 상의를 하자고 했다.
드디어 사카라까지 70파운드에 낙타와 말을 번갈아 타고 사막을 건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 30분 가량은 너무도 재미 있고 흥미로워서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다. 더군다나 낙타의 등에 올라앉아 보는 세상은 또다른 맛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낙타의 넓은 등판 사이로 벌려진 다리는 끊어질 것처럼 아파오고 낙타의 산처럼 구부러진 등뼈의 움직임 때문에 엉치에 붙어있는 살이 찢어지고 난리였다.
본격적으로 사막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닐과 캐롤, 데이빗은 마냥 신나는지 지치는 기색도 없이 킬킬거렸다. 역시 체력은 국력이라는데 서양 아이들 체력은 죽어도 못당하겠다.
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주 광대한 사막들…. 아침으로 겨우 콩만한 빵 두 쪽을 먹었을 뿐인데 점심도 거르고 사막으로의 행군은 계속되었다.
아, 사막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아무리 가도가도 보이는 것은 모래뿐이고 느껴지는 것은 햇빛뿐이니 갑자기 무서운 생각마저 들었다. 아주 가까이 피라미드가 보이긴 했는데 낙타를 타고 아무리 달려도 그 피라미드가 가까워지지 않는 것이다.
4시간여를 행군한 끝에 말로 바꾸어 타려고 잠시 내려 휴식을 했다. 그리고 또 시작. 말을 처음 타보는 터라 말 타는 법도 몰랐고 몸도 이상해서 말이 천천히 가주길 바랐다. 그런데 잘 나가던 말이 갑자기 미쳤나? 점점 속도를 내어 달리더니 아무리 고삐를 잡아당겨도 멈추질 않는 거였다.
이렇게 해서 나는 이집트의 한 사막에서 아까운 청춘을 끝 마치는구나 등등 오만 잡생각이 다 들었다.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듯 아프고 말 안장에 낀 발등은 이미 쇠로 된 안장에 부딪혀서 살이 벗겨져 피가 나기 시작했다.
데이빗과 닐은 내가 일부러 그러는지 알고『우와, 너 신나겠다』하며 놀려댔다. 나는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지는 수가 있어도 힘껏 당겨나 보고 깨지자 싶어 젖 먹던 힘까지 내어 확 잡아당겼다. 그제서야 말이 멈추는 것이었다.
그 무렵 피라미드가 아주 가까워졌다. 우리는 모두 함성을 질렀다. 몇 시간 만에 겨우 도착한 피라미드였으므로.
피라미드 내부는 볼 만했었는데 피라미드 안에 있는 공식 가이드가「박시시」(기부금)을 요구하며 나머지 피라미드를 구경시켜 주지 않는 것이었다.
화가 난 닐은『우리는 학생이라서 돈이 없다』고 하자 가이드는 돈이 없으면 말라며 돌아서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낙타가 발광을 하는 바람에 닐이 낙타에서 떨어져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그날 밤에는 차를 놓쳐 하루 늦게 도착한 캐롤의 친구 트레시와 새로운 만남도 가지게 되었다.
이집트박물관은 고대 이집트의 소장품들이 유난히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미이라의 모습이 볼 만했다.
트레시와 나, 데이빗은 다시 카이로타워로 향했다. 멀리서도 볼 수 있을 정도의 높이인 카이로타워는 젊은 남녀의 데이트 장소로도 최적으로 꼽히고 있다. 그 일대에서는 이처럼 높은 건물이 드물기에 시민들은 카이로타워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줄로 착각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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