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군 봉양면 백운산 연봉에 둘러싸여 있는 배론 성지에도 어김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걷이를 기다리는 황금 들녘과 루비빛 단풍이 짙붉게 물들어가는 가을산의 조화는 창조주의 심미안에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더욱이 강원도에서 오대산과 함께 가을산으로 유명한 원주 치악산의 단풍 절정기가 금년에는 10월 17일부터 시작된다 하니 이 시기에 배론 성지를 순례한다면 가족 모두가 한껏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듯하다.
성지 배론은 한국 교회에서도 보기 드문 다양한 방면의 신앙유산을 갖고있는 거룩한 땅이다.
◆10월 중순 단풍도 절정
성지를 둘러싸고 있는 산골짜기가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고 해서「배론」으로 불리워진 이곳은 장주기 요셉 성인을 비롯한 여러 순교자들을 배출한 순교지요 박해를 피해 신앙선조들이 교우촌을 이뤄 살던 곳으로 황사영(알렉산델)이 그 유명한 백서를 쓴「역사의 땅」이기도 하다.
배론 성지는 또 1855년에 장주기 성인 집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신학교「성요셉 신학당」과 최양업 신부 묘소가 단장돼 있는「성소의 땅」이기도 하다.
배론 성지는 아울러 성지 내에 최양업 신부 묘소뿐 아니라 무명 순교자의 묘와 황사영 순교자 현양탑, 황사영이 한국 교회 재건을 위해 백서를 썼던 토굴, 교우촌 옹기굴 등 많은 교회 유적들이 복원돼 있어 바람 앞에 촛불과 같았던 박해시대 신자들의 긴장된 신앙의 삶을 생생히 체험할 수 있다.
배론 성지는 또 가족 순례객들을 위해 성도미니꼬 봉쇄수녀원에서 두메꽃 피정의 집을 운영하고 있어 저렴한 비용으로 주말 피정을 함께 지낼 수 있다.
◆주말 피정 코스로 그만
배론 성지 주변에는 또한 원주교구가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살레시오의 집과 성도미니꼬 관상봉쇄 수녀원이 있어, 가족과 함께 수도회 전통 전례와 이웃 봉사의 기회도 접할 수 있다.
배론 성지로 가는 길은 원주와 제천을 중심으로 사통팔달로 도로와 철도가 나 있어 편하게 순례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순례를 떠나려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영동선을 타고 중부고속도로를 통해서 원주 톨게이트로 나와 원주에서 제천 방면 5번 국도로 가면 빠르다. 서울에서 배론까지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30여 분.
원주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 바로 횡성, 원주 방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원주 시내 쪽으로 우회전해서 제천 방면 5번 국도를 타다 20여 분 달린 후 신림면에서 402번 주천쪽 지방도로와 제천 방면 갈림길이 나오고 우회전해 제천쪽으로 약 2.5km를 달리면 용소막 성당을 안내하는 나무 표지판이 나오는데 용소막 성당은 바쁘더라도 반드시 들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용소막성당에는 성서학자 고 선종완 신부 기념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선종완 신부 기념 박물관에는 선 신부의 유품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국내외 성서와 성서 자료들이 전시돼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용소막 성당을 지나 약 20km를 달리면 유명한「탁사정」유원지가 나오며 여기서 약 2백여 미터만 가면 성지 배론과 살레시오의 집을 안내하는 큰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이 표지판을 따라 우측으로 3.1km만 가면 배론 성지가 나온다.
배론 성지에서 특별한 도보 순례를 경험하려면 천등산과 박달재 사이에 있는 백운성당에서 출발, 산을 넘어 배론까지 순례할 수 있다. 이 순례길은 시골 경운기가 다닐 만큼 넓은 산길로 고목과 단풍이 어우러진 휴양림이 길 양쪽으로 즐비해 가을 정취를 한몸에 끌어안을 수 있다.
◆서울서 2시간 반 소요
수도권 이 외 각 지방에서 배론으로 가려면 영남지역은 대구 안동 영주 단양을 거쳐 제천 배론으로 가면 되고, 호남지역에서는 광주 전주 대전 청주 충주를 거쳐 제천 배론 방면으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병행해 이용하면 된다.
각 지방에서 제천을 거쳐 배론으로 오면 대중가요로 더 잘 알려진 천등산 박달재를 꼭 넘어야 하기에 박달재 휴게소에서 박달재에 얽힌 재미나는 사연을 들을 수 있다.
◆최적의 성지순례 여건
철도를 이용하려면 서울에서는 청량리역에서 중앙선을 타고 제천에서 내린 후 탁사정 방면 시내버스를 이용, 배론까지 가면 된다.
또 부산 대구 경주 포항에서는 안동을 경유, 제천까지 가면 되고, 호남지역에서는 대전역에서 청주, 충주를 경유 제천에서 내리면 된다.
배론 성지를 순례하는 데는「성지순례를 잘 하겠다는 엄숙한 마음 다짐」외에는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없다. 그만큼 배론 성지순례를 위한 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피정이나 숙박문제도 사전에 두메꽃 피정의 집(0443―45―7523)에 미리 예약을 하면 해결되고 음식도 배론 성지 입구에 우리 밀 칼국수와 무공해 향토음식을 직판하는 곳이 여러 곳 있어 거기서 시장기를 풀 수 있다.
또 성지 관리소에서「배론 성지 순례의 길잡이」라는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자로 미사는 물론 십자가의 길 기도 등 순례에 필요한 모든 전례 행위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주변에 가볼 만한 관광지로는 치악산 국립공원과 백운산 도덕암, 충주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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