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청원
새 교리서는 여기서 주의 기도에 담겨있는 일곱 가지 청원을 다룬다. 처음 세 가지 청원은 대신적인 것으로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숭고함과 영광을 향해 나아간다. 다음 네 가지 청원에서는 하느님께 우리의 부족함과 미천함을 바친다.
①「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우리 아버지께 드리는 첫째 청원에서부터 우리는 그분의 신성의 깊은 신비와 우리 인류 구원의 드라마에 빠져든다. 그분께 당신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게 하시도록 청함으로써 우리는 (당신께서)「우리를 사랑으로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나무랄 데 없도록」하시기 위해「당신 호의로 마음 먹으신」계획에 참여한다』(2807).
이미 구약에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백성에게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 보여주시고 당신의 신비를 드러내신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으로 하여금 당신의 거룩하심에 참여하도록 해주신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예수님 안에서 거룩한 사람들이 되도록 부르셨다.『그분의 이름이 우리 안에서 그리고 우리에 의해서 거룩히 빛나는 것은 바로 그분의 영광에서 그리고 우리 생활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첫째 청원이 긴요한 것이다』(2813).
②「그 나라가 임하시면」
『하느님의 나라는 의로움과 평화와 성령 안에서 (누리는) 기쁨이다』(로마 14, 17).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보다 먼저 있고, 육화된 말씀 안에서 가까이 왔고 복음 전체를 통해 선포되었고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속에 임하였다. 하느님의 나라는 거룩한 만찬 때부터 그리고 성찬 속에서 임한다. 그것은 우리 가운데 있다. 하느님 나라는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당신의 아버지께 맡겨 드릴 때 영광 속에 임할 것이다』(2816)
『주의 기도에서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하느님 나라의 마지막 내림을 주로 말한다. 그러나 이 소망은 교회에 이 세상에서의 자신의 사명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투신하게 한다. 사실 성령 강림 이후 하느님 나라의 내림은「세상에서 당신 사업을 완성케 하시고, 거룩하게 하는 일을 마치시도록」 파견되신 주님의 영의 사업이다』(2818)
아버지께 간청하는 하느님의 나라의 내림과 인류의 사회적 발전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인류의 현세사와 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현세사 속에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활동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③「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우리는 우리 아버지께 당신의 뜻을, 세상의 생명을 위한 당신의 구원 계획을 이루시기 위해 우리의 뜻을 당신 아드님의 뜻과 일치시켜 주시도록 청한다. 우리는 전혀 그렇게 할 능력이 없지만, 예수님과 결합한다면 그리고 그분의 성령의 능력을 통해서라면 그분께 우리의 뜻을 맡길 수 있고 당신 아드님께서 항상 택하신 것을 택하기로, 즉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것을 하기로 결심할 수 있다』(2825)
기도는 우리 생활에서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낼 능력과 그것을 이루어나갈 은총을 가져다 준다.
④「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이것은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우러나오는 청원이요 신앙안에서 우리를 그분과 결합시켜 주는 계약의 아름다운 표현이며 동시에 궁핍에 빠져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의 표현이다. 이러한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도움과 나눔의 의무를 진다.
『주의 기도의 이 청원은 가난한 라자로와 최후 심판의 비유들과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2831)
그러나 이 청원의 의미는 양식의 필요를 초월하는 것이다.『이 청원과 여기에 담겨진 책임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또다른 굶주림에도 해당된다.
「사람이 빵으로만 살지 못하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으로 산다」(신명 8, 3) 즉 그분의 말씀과 그분의 입김으로 산다. 그리스도인들은「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모든 노력을 다 동원해야 한다. 이 세상에는「양식이 없어 배 고픈 것이 아니요, 물이 없어 목 마른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없어 굶주린」(아모 8, 11) 그러한 굶주림이 있다. 그러므로 이 넷째 청원의 독특한 그리스도교적 의미는 생명의 양식, 즉 신앙 안에 받아들여야 할 하느님의 말씀과 성체성사 안에서 받아 모신 그리스도의 몸과 관련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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