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관악구 봉천3동 89-14에 자리잡은 꽃망울 유아원. 그 유아원에서 50미터 남짓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국민학생 중학생들의 글방.
이 유아원과 글방은 한 자원봉사 대학생의 표현대로「눈빛이 초롱초롱하고 달동네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털털한 모습이면서도 특유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민경자(베아타)씨의 8년여 삶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다.
여기서 민씨는「베아타 이모」라고 불린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자원봉사하고 있는 20여 명의 대학생들은 꼬마들과 학생들에게 모두 이모이고 삼촌이다.
유아원과 글방을 합쳐 민씨가 조카(?)로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은 70여 명. 유아원은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금년 초에 개원했고 글방은 89년 6월 여러 은인들의 도움으로 집을 무상으로 빌리게 되면서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공부방과 같은 의미인 이 글방에서 생업 전선에 나가 있는 엄아 아빠들이 미처 해줄 수 없는 여러 보살핌을 이모 삼촌들로부터 받는다. 숙제를 비롯 학습 지도와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기도 하고 또한 캠프 등 공동체 놀이를 통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87년 봉천6동 산동네에서 글방 운영을 시작으로 구로3동 철거지역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다 현재의 이곳에 자리를 잡은 민경자씨. 국제가톨릭형제회(AFI) 회원이 기도한 민씨는 같은 회원인 천효숙(세실리아)씨와 함께 이 글방과 유아원을 꾸려나가고 있다.
글방은 단순히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학습을 지도해 주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중심센터로서 자모회 등을 통해 주민과 만나고 지역 전반에 걸친 구조적 모순을 함께 해결하는 고리와는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최근까지 글방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민씨는 현재는 전반적인 운영에 참여하면서 재개발 대처 교육이라든지 마을신문 발간 어머니학교 개설 등으로 아이들뿐 아니라 지역민 전체의 이모 역할을 하고 있다.
「복음을 안다는 것은 그것을 사는것」이라는 생각으로 현장에 투신했던 그는 천주교 도시빈민회원 등 같은 지향으로 소외된 이들과 함께 삶을 나누는 이들을 보면서 복음 안의 동지적인 결속감과 함께 위안과 살아있는 교회 공동체 모습을 본다고 한다.
의식주 해결부터 활동 내용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하는 어려움, 희망이 없어 보이고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회의를 느끼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의 웃음과 격없는 주민들의 모습에「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확신을 갖고 인간의 힘보다는 하느님 위로를 바라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는 민씨.
천주교 도시빈민회장 전국도시빈민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제도교육의 모순에서 지역 아이들을 잘 완성된 모습으로 키우고픈 마음을 갖고 있다.
직접적으로 교회를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영세를 하는 글방의 아이들, 가톨릭에 대한 우호적인 관심을 표현해오는 지역 주민들을 보면서「가난한 이들에 대한 교회의 적극성」과 아무리 내놓더라도 교회는 그만큼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단다.
『늘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주민들을 만나고 있어요. 가능한 한 하느님을 잊지 않고 그분 안에서 중심을 가질려고 노력하죠. 한국 현실이 얘기해 주는 징표에 늘 깨어있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지역민들과 늘 함께 하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같이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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